심령 현상으로 유명한 곳을 심야에 차로 가 봤습니다. 긴 터널을 지나고 나서 바로 앞이 유명한 심령 스팟. 터널을 나오자마자 눈앞으로 갑자기 하얀 원피스의 여자가...... 아!라는 생각에 당황해서 브레이크를 밟고 내려 보았는데, 치인 사람은 없고, 눈앞은 벼랑이었습니다. 가드레일이 망가져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떨어져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유령이 도와준 건가' 이런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서 손을 모아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널을 다시 통과하던 중, 문득 미러를 보니, 뒷좌석에 방금 전 보았던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죽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도와준 거 고마워.… 바보, 너 같은 건 죽어버리는 게 좋아! 답례해야 될 거 같은데, 다음 주 또 와도 괜찮아. 아ㅡ 안 돼! 위험하니까 다시 오면 안 돼!!!"
다음 주, 도시락을 준비해서 그 장소로 가보았습니다. 환영받진 못 했지만, 다시 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으니 이걸로 좋은 거겠죠. 지팡이를 짚은 남자가 붉은 코트를 걸치고 하얀 마스크 쓴 여자와 마주쳤다. 여자는 남자에게 다가가 한마디 말했다.
"나 예뻐?"
잠시 생각한 뒤, 남자는 대답했다.
"예, 예뻐요."
그러자 여자는 돌연 마스크를 벗더니 크게 소리쳤다.
"이래도... 예뻐―?!!"
여성의 입은 귀까지 길게 찢어져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당황하지 않고 곤란하단 얼굴을 할 뿐이었다.
"나 눈이 안 보여요, '이래도'라는 말 들어도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거짓말해서 미안해요."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고 길게 찢어진 빰 위를 만지게 했다. 남자는 손에 닿은 감촉으로 상대가 입이 찢어져 있는 여자라는 걸 눈치챘다. 남자의 손이 떨어지고 여자는 방금 전 질문을 다시금 반복했다.
"이래도... 입이 찢어져 있어도 예쁘다는 거야!"
그녀의 질문에 남자는 단언했다.
"예, 당신은 예쁜 사람입니다."
남자는 초점이 맞지 않은 눈을 여자에게 보였다.
"내가 빛을 잃고 나서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 왔지요. 지금과 같이 길에서 질문을 받은 적도 많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내가 맹인이란 걸 알게 되면, 말 건 것을 사과하거나 동정하며 아무 말 없이 떠나갑니다. 헌데, 당신은 내 의견을 들으려고 했습니다. 굳이 거듭해서 나에게 질문을 해준 거예요. 나를 특별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 나는 매우 기뻤습니다. 나는 당신의 외형을 전혀 모르니까, 어떠한 기준으로 이야기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당신은 너무나 예쁜 사람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당신과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남자는 기쁜 어투로 말했다. 남자의 반응에 여자는 잠시 입을 뻐끔거리더니, 갑자기 펑! 소리가 날 정도로 얼굴이 빨개졌다.
"아, 으, 고, 고마워요. 그리고, 에, 그게. 응? 오늘은 시간이, 시간이 안 되니까, 여기서 실례!!"
여자는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면서 여자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왜, 왜야! 심장이 두근두근거려서 터질 거 같아. 아니, 이건 분명 지금 달리고 있기 때문이야!'
그러나 그녀의 머리에 떠오르는 건 방금 전 남자의 기쁜 듯한 얼굴, 그 생각을 억지로 뿌리치면서 붉은 얼굴을 한 여자는 계속 달렸다. 그리고, 이후 지팡이를 가진 남자와 마스크를 쓴 여성이 사이좋게 담소를 나누며 걷는 모습이 가끔 목격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한밤중에 깨어났을 때 일이다. 문득 머리맡에 장발의 여자 아이가 앉아 있단 걸 깨달았다. 움푹 파인 눈은 다만 진득한 어둠으로 가득 차, 굉장히 증오스럽단 얼굴로 나를 노려 보고 있었다. 역시나 조금 기분 나쁜 목소리로 "죽어.... 죽어...."라고 계속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눈이 새까매서 깜짝 놀랐지만, 잠에 취해있어서인가 무심코 그녀의 팔을 끌어 품에 꽉 안아 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꺄, 뭐 하는 거야...!"라며 굉장히 당황스러워했다. 그 순간에 눈이 꽤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뀌었다. 눈만 바뀌었는데, 얼굴이 굉장히 사랑스러워져서 무심코 "헤, 귀엽네..."라고 중얼거렸다.
그 순간.. 갑자기 안면에 펀치.
유령에게 펀치 맞은 것은 나 정도라고 생각되는데, 별로 아프진 않았지만 한 순간 졸음이 날아간 나에게, 그녀는 도자기와 같이 흰 피부를 주홍색으로 물들이며 "하, 죽어! 죽어 버려..!" 외침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래서 이걸로 끝인 건가 생각했지만, 다음날 밤에도 머리맡에 있는 게 아닌가.
"죽어.. 죽어.." 너무 진지하게 하고 있어서 "전혀 무섭질 않은데." 이 말에 그녀는 화를 내며 나를 토닥토닥 때렸다. 역시나 전혀 아프질 않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녀석을 무서워하는 게 바보지" 그러자 "....!" 그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이더니 그대로 경직. 아니 진짜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이후 그대로 도망치듯이 사라졌지만, 매일 저녁이 되면 그녀는 다시 나타났다. 그녀의 반응은 실로 재미있었다. 자는 척하고 있으면 내 뺨을 툭툭 치면서 재미없단 얼굴을 한다. 은근슬쩍 이불에 들어오려고 할 때 "뭐 하는 거야?"라고 하면, 갑자기 쓱 일어나며 굉장히 당황하면서, 자신은 저체온이니까 나를 얼어 죽게 하기 위해서라고, 잘도 그런 변명을 생각해 낸다고 생각했다.
결국 마지막에는 "그런 거라면 별 수 없네. 자, 들어와." 그렇게 말하며 이불을 들어 보이자, 일순간 얼굴을 붉히더니, "하, 응. 어쩔 수 없으니까..!" 끝까지 솔직하질 못 하다. 이러니 저러니 말해도 잠들 무렵에는 이불 안에서 내 가슴에 매달려 자고 있으니. 진짜 너무 사랑스럽다, 이 녀석.
작년 크리스마스, "데이트 안 할래?"라고 말해봤다. 그랬더니 "하아.. 인간 그녀가 없다고 유령하고.. 크리스마스 데, 데이트인 거야? 한심하네.." 이때는 조금 진지하게 "나는 너에게 권한 거야. 다른 사람은 상관없어." 그러자, "에, 어쩔 수 없네... 데이트해줄게.." 얼굴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허락해 주었다.
우리들은 빛으로 물들어 너무나 눈부신 밤거리를 걸었다. 그녀는 이곳저곳을 힐끔힐끔 보면서,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즐겁기 그지없지만, 주위에서 우리들을 보고 있던 커플이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저 바보 자식 뭐 하고 있는 거냐,라는 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사람들의 말하는 의미를 깨닫고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현재 그녀의 모습은 나한테만 보이고 있다.
나를 계속 보고 있던 그녀는 이내 억지로 비웃는 얼굴로 "이것 봐, 역시나 변태 취급되고 있어. 내가 말했잖아.." 그러면서 웃었다. 한층 더 "일단.. 유령 같은 거랑 같이.. 걸어도, 즐거울 리 없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웃고 있지만 그녀가 괴로워하는 게 한눈에 보였다. 나는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너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 거야. 알겠어? 이건 나와 너의 첫 데이트라구." 불안과 자기혐오로 무너질 거 같은 그녀를 보며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랬더니 울어버렸다. 그녀. 언제나 어떤 말을 해도 거친 말로 응대하던 그녀가. 역시 나와 가까워질 때마다 인간과 유령의 입장 차를 걱정했던 것 같다. 나는 다만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주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그때의 나에겐 단지 그녀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너 몇 살?"
언제나처럼 이부자리에 누워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그녀가 걸친 낡은 원피스는 확실히 쇼와 시대 것으로 보인다.
"죽은 것은 14살 때지만.. 뭐ㅡ뭐야,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
왠지 가슴을 가리면서 화냈다.
"하, 범죄구나... 나."
이제 와서 뭘이란 느낌이 들지만, 나는 머리를 움켜쥐어야만 했다, 이미 늦었지만. 그런 나를 보며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짓더니 나에게 키스해 주었다.
"좀 더! 좀 더! 나에게 좀 더 이야기를!!!"
집에 혼자 있을 때 휴대전화로 메일이 왔다.
"나 메리씨, 지금 당신의 뒤에 있어..."
이때,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 살해당한다...' 문득 그렇게 생각했지만, 한순간 소녀 같은 것이 보인 것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만든 지 얼마 안 된 아침 식사가 준비돼 있거나,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욕탕 준비가 돼있었다. 게다가 거실에서 잠이 들었을 때 어느새인가 이불이 덮여 있었다... 게다가, 그날 이후 내 휴대전화에는 "당신을 위해 한 게 아니니까!"라는 메일이 매일 오고 있다.
"콧쿠리상, 콧쿠리상. 이제 돌아가 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십 엔 동전이 쓱 움직이더니. "아니오"에 멈췄습니다.
"어!"
"거짓말!" "
"진짜?!"
다른 아이들은 일순 동요하면서, 무서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질문을 한 번 더 했지만 이번에도 "아니오"였습니다. 친구 중 한 명은 이미 패닉 직전 "돌아가자, 이제 싫어, 무서워…"라는 말을 반복할 뿐,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더 해보았습니다.
"콧쿠리상, 콧쿠리상. 돌아가지 않으려는 건 혼자는 외로워서인가요. 그러면 우리 집에 와도 되는데."
그 순간 십 엔 동전은 대단한 기세로 움직이며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외로울 리 없잖아! 다만, 조금, 그냥, 장난쳐 본 것뿐이야!... 흐, 흥!"
문장이 끝나고 문이 저절로 활짝 열렸다가 쾅 닫혔습니다. 직후 무언가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밤중이 돼서야 잊고 온 것이 생각나 학교로 갔습니다. 깜깜해진 3층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내 발소리에 맞추듯이 등뒤에서 "테케테케테케…"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하반신이 없는 여자 아이가 굉장한 스피드로 나를 향해 오고 있는 게 아닌가!
"우악-----!"
여자 아이는 내 비명소리에 힐죽 웃더니, 더욱 스피드를 높여 눈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후들후들 떨면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녀는 마침내 나의 발 밑에!
나는 무심코 외쳐 버렸다.
"아, 너, 대체 무슨 일을 당한 거야! 휠체어는 어디 갔어?!"
여자 아이는 나에게 손을 뻗으려는 채로, 큰 눈동자를 한층 크게 뜨더니 멍하니 나를 올려보았다. 이에 나는 더욱더 큰 분노를 느끼며 몸을 떨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의 휠체어를 숨겨, 심야가 될 때까지 방치하다니. 나에게 서둘러 온 건 정말 불안했었기 때문이었다. 이지메 하는 족속들을 나는 정말 싫어한다. "조금 기다려!" 나는 양호실까지 달려갔다. 그리고 거기에 비치된 휠체어를 가져와 그녀를 앉혔다.
"괜찮아. 심한 짓을 당했지만, 이제 안심해. 내가 있으니까."
"…어, 저기. 너 무섭지 않아?"
"우리 할아버지도 한쪽 발이 없어서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괜찮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괜찮다고! 다리 잃었던 때 이야기는 딱히 안 해줘도…"
"아니, 그런 게 아냐! 다리 이전에 내 얼굴이라든지 무섭지 않아?!"
"에? 별로 무섭지 않은걸…. 그보다 오히려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여자 아이는 순식간에 얼굴을 붉어지더니 "헛소리하지 마!" 갑자기 휠체어에서 뛰어내린 후, 처음과 같이 손만을 사용해 달려가 버렸다.
다음날 여자 아이가 신경 쓰인 나는 다시 심야의 학교에 가 보았다. 어제처럼 복도를 천천히 걷고 있던 중 등뒤에서 "테케테케테케…"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 보면서 "야!"하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여자 아이는 잠시 기쁜 듯이 웃어 보였지만, 흠칫하더니 어제처럼 노려보는 얼굴로 돌변했다.
내 발 밑까지 무언으로 기어 온 그녀는..
"당신을 보러 나온 게 아니야. 나는 심야의 복도를 걷는 인간을 놀라게 하고 싶은 것뿐이니까."
"나는 별로 무섭다고 생각하질 않는 걸.."
"그거! 그거야! 그게 싫으니까, 어떻게든 무서워하게 하고 싶은 거야!"
"무리라구. 너처럼 사랑스러운 얼굴로 놀래켜 봤자, 전혀 무섭질 않으니까."
"뭐야! 바보 취급하는 거야!"
"바보 취급하는 게 아냐. 진짜 사랑스러운 걸. 내 취향이고."
"… 나, 다리 없는데?"
"그러니까, 나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
"한밤중에 밖에 나오질 않는데…"
"나 야행성이니까 괜찮아!! 아니 한밤중에 나와주면 되려 환영이랄까?"
그렇게 말하면서 주저앉아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피부가 희고 정말로 사랑스럽다. 그녀는 깜짝 놀란 것 같지만, 내가 웃어 보이니 잠시 뒤 마주 웃어주었다. 가까이서 본 그녀의 웃는 얼굴은 마치 천사 같았다. 한동안 같이 웃던 그녀는 이내 깜짝 놀란 얼굴을 하더니 다시 필사적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 얼굴이 상당히 붉다는 건 내 착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큭, 이상한 녀석!"
그녀는 씹어 뱉듯 말하고 다시 달려가 버렸다. 그러나 모퉁이를 돌기 전, 문득 멈춰 서더니 나를 되돌아보며 외쳤다.
"언제나 1층 복도에 있으니까…. 그다지 거기로 오라는 건 아니야!"
이후로 매일 저녁 1층의 복도에서 그녀랑 만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데이트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뭐, 나도 키스할 때까지는 데이트라고는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그녀에게 말했더니, 그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달구며 "바보…" 조그만 목소리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첫 키스 하는 날
그렇게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는 작년 이맘때, 며칠이나 악질적인 무언의 전화에 골치를 썩었습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
언제나 대답이 없기에 전화를 끊어 버리지만, 어느 날 참을 수 없게 돼서 무심코 외쳐 버렸다.
"적당히 해!"
그러자 수화기 저쪽에서 눌러 참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대가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죽여버린다……"
뭔가 투명하면서 슬픈듯한 목소리...
나는 그간 전화 이야기를 경찰에 신고했다. 최근 이런 류의 스토킹 범죄가 심각해졌기 때문인지 경찰은 내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은 뒤, 집 전화에 역탐지기를 설치, 이것을 기반으로 수사해 주기로 하였다.
다음날 역시 무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신중하게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죽여버린다……"
어젯밤 그 목소리였다. 순간 내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었다.
사건을 상담했던 경찰의 전화였다.
"빨리 방에서 나오세요!"
"하?"
"역탐지한 결과, 전화는 당신 집안에서 걸려온 것입니다. 범인은 당신 집에 있어요!"
"그런가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에.... 저기, 이봐요! 당신, 위험하...."
나는 휴대폰을 끊고 전원도 껐다. 그리고 아직도 들고 있던 전화 수화기에 말을 걸었다.
"우리 집에 있다고?"
"..... 네?"
수화기의 저쪽에서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려는 유별난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
"....... 뭐야!"
"아니...... 조금 이야기하고 싶은데?"
"나, 나는 당신과는 이야기할 게 없어!"
"그런가...... 유감인데."
"아....... 그치만...... 조금이라면."
내가 낙담한 소리를 듣고, 그녀는 당황한 목소리로 돌려주었다. 역시나. 얼굴도 내보이지 않는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상상하며, 나는 조금 웃었다. 그 소리가 그녀에게 전해졌는지 그녀는 억지로 만든 낮은 목소리로 분노를 표현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 어째서 나에게 전화를 했는지 그걸 알고 싶어."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상관있어. 나, 계속 당신 전화 기다렸으니까."
"거짓말!"
"거짓말이 아냐."
"거짓말이야! 왜냐하면...... 어제, 고함쳤잖아!"
"그것은...... 이봐. 언제까지나 네가 목소리를 들려주질 않으니까, 무심코 흥분해 버린 거야."
"........"
"너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으니까. 목소리를 듣고 싶었으니까......"
사실이다. 그러니까 일부러 경찰한테까지 가서 정체를 확인하려 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또, 전화를 해주었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 어째서......?"
"응?"
"어째서 날...... 알고 싶은 거야......?"
"....... 외로웠으니까."
"......."
"외로웠어. 혼자 집에 돌아와 혼자서 밥을 먹고."
"......."
"혼자서 텔레비전 보고, 혼자서 웃고, 혼자서 잤지. 외로웠어."
"...... 알고 있어."
"응?"
"당신이 외로워했다는 거...... 나, 알고 있어...... 계속 봐왔으니까....."
"그래서 전화해준 거겠지."
"....... 응"
"그래서 너에 대해 알고 싶었어. 너도 외로운 듯한 소리 내고 있었으니까."
"....... 뭐?"
그녀는 목소리로 명백하게 당황한 것을 알렸다. 동시에 조금 기쁜 것 같기도 했다.
"....... 내가, 내가 외로울 리가 없잖아!"
"그랬어?"
"그래! 이 방에 사는 사람에게 무언 전화하거나 하면서 상당히 즐겼으니까!"
"그래―"
"...... 외롭지...... 않아, 그리고, 나, 당신, 죽인다라고 말했어!"
"응."
"무섭지 않은 거야!"
"무섭지 않아."
"어째서! 죽인다고 말했어!"
"그런 건 관계없어."
"관계있어! 왜냐하면 난, 난......"
"네 목소리, 듣고 싶었으니까. 나의 생사는 관계없어."
"!"
전화를 사이에 두고 나와 그녀에게 침묵이 내려앉았다. 보이진 않지만 반드시 그녀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지 않을까. 지금 나와 같이.
"........ 그런, 그런! 에, 에잇! 오늘은 이제 끝!"
"그래...... 유감인걸."
"...... 아...... 내일도 전화할 거야!"
"또 전화해 줄 거야?"
"하! 당연하잖아! 당신을 죽일 때까지 전화...... 계속 이야기할 거니까!"
"그래...... 고마워......"
"흐. 흥!"
"잘 자. 그럼 내일 봐."
"...... 제대로 따뜻하게 하고 자."
"응?"
"언제나 이불이라든지 마구 내치고 있잖아, 감기 걸려도 나는 모르니까!"
"응. 고마워......"
"...... 흥...... 당신, 언젠가 죽일 거야!"
노성을 끝으로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나도 잠시 뒤 수화기를 내렸다. 그리고 우리들의 기묘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몰라도, 후회할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나 그녀나 그녀 뱃속의 아이에게나 모두에게 마찬가지로.
어느 밤, 택시가 산중을 달리고 있었다. 한동안 나아가던 택시 기사는 젊은 여자가 길가에 서있는 걸 보았다. 조금 기분 나빴지만 계절은 겨울 한중간, 무시하는 건 불쌍하다고 생각해 태워주었다. 여자는 작은 목소리로 목적지를 말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인기척이 없는 낡은 저택이 세워져 있었다.
"다 왔어요."
운전기사가 백미러로 뒤를 보니, 뒷좌석에 앉아 있어야 될 여자 모습이 없었다. 놀라 뒤돌아 보니, 여자는 아직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의 착각이라고 생각하면서, 기사는 여자에게 요금지불을 재촉했다. 이에 여자는 조금 얼굴을 찡그리더니, "... 지갑을 잃어버려서. 가져올 테니 기다려 주세요." 그러면서 택시에서 내려 문안으로 들어갔다. 5분 정도 지나도 돌아오질 않았기에 기사는 잠시 상태를 보러 저택 부지로 들어가 보았다. 여자는 집 현관 앞에 서있었다.
"열쇠가 달라.. 열리질 않아..."
뭔가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한 기사는 그녀를 데리고 택시로 돌아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뒷좌석 시트가 흠뻑 젖어 있었기 때문에 기사는 여자를 조수석에 앉혔다.
여자는 일 년 전 이맘때 물에 빠져 죽었고, 오늘은 기일이라서 귀성했다는 것 같다.
"하, 그런가. 요금은 기념일 프레젠트로, 특별히 공짜로 해줄게."
"제가 무섭지 않은 가요?"
"딱히 죽은 아가씨보다는 살아있는 야쿠자가 무섭거든, 나란 녀석은. 그보다 묵을 곳은 있는 거야?"
"없는데요..."
"딱히 묵을 곳 없다면 내 방 빌려 줄게. 독신 생활이라 괜찮아. 나는 차에서 자면 되고."
"그럴 수는 없어요..."
"그러면 같이 잘까? 괜찮긴 한데, 다양하게 뭔가를 보장할 자신은 없어."
"아, 으, 그게!!"
기사 아저씨의 농담에 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했다.
기사의 집에 온 여자는 방으로 들어가며, ".......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부모는 여자가 방문한 날, 여행을 갔던 것이다. 기사는 딸의 기일에 여행을 갔단 소리에 꽤나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여자 쪽이 날짜 계산을 1개월이나 실수했단 걸 알았다. 거기에 여자는 자신의 일을 잊지 않고, 거기에 슬픔을 극복한 부모님의 모습에 만족한 듯 웃었다.
이후 여자는 "이제 나는 지박령이 될 겁니다!"라고 말하며 아직도 택시 기사 집에 달라붙어 있다.
"여보세요, 나 메리씨. 지금 당신 집 앞에 있어."
"아, 미안. 나 오늘 일 때문에 집에 없어. 지금 이건 집 전화를 휴대폰으로 연결한 거야."
"에?... 에?"
"7시에는 돌아갈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때 다시 걸어 줄래?"
"아... 응. 알았어."
되도록 빨리 일을 끝내고 집에 가보니, 집 현관에 그녀가 몸을 기댄 채 자고 있었다. 처음 전화 후 대면한 건 2년만인가. 오늘은 여러 가지로 많은 대화를 해야 될 거 같다. 우선 청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부터.
<역주 - 메리씨 괴담>
한 소녀가 이사를 가면서 '메리'라고 이름 붙인 인형을 쓰레기장에 버린다.
이사하고 며칠 뒤, 소녀의 집에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으니.
"안녕, 나 메리씨. 지금 가고 있어."
"안녕, 나 메리씨, 지금 근처에 와있어."
"안녕, 나 메리씨, 담배가게 옆을 지나고 있어."
이런 기분 나쁜 전화가 연달아 걸려온다.
그러다 "안녕, 나 메리씨, 지금 네 집 앞에 와 있어."
견디지 못한 소녀는 현관문을 열며 집 밖에 나가보지만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 안심한 소녀가 집안으로 들어오자 들려오는 목소리.
"안녕, 나 메리씨, 지금 네 등뒤에 있어."
출처 : 오늘의 유머 - 앗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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