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내가 1편 사건을 듣고 나서 시간이 많이 흘러 거의 잊고 지내고 있었을 때 일어난다.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소름 끼쳐서 신밧드 포지션에 들어가는 것도 꺼렸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무뎌지고 잊었던 거지. 계속 그렇게 잊고 잊은 상태로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1편과는 반대로 사람이 거의 없는 마감시간에 일이 일어난다.
이번에도 원활한 이해를 위해 약간의 배경지식 설명이 필요하다. 참고 읽어 주길 바란다.
1편을 보고 왔다면 대충 신밧드의 모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거라고 생각한다. 9대가 무한 순환하는 구조인데, 마감시간에는 순환을 멈추고 배를 다 배창고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러려면 임의로 마지막 배를 정해야 하는데, 보통 알바가 아닌 직원이 시간을 보고 정한다. (신밧드는 알바(멘트, 출발 시 직원과 동시에 버튼 누르기)랑 직원(기계조종, CCTV, 출발 시 알바와 동시에 버튼 누르기)이 한쌍으로 운영한다) 마지막 배는 손님이 타는 마지막 배를 뜻하는데, 그 배에서 손님이 내리면 배들을 순환 루트를 벗어나게 해 배창고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 마지막 배에는 기다리던 모든 손님이 타야 하는데, 보통 마감시간에는 손님이 한두 명씩 오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 마지막 배 뒤로는 손님을 태우고 싶어도 태울 수 없다. 또한 마지막 배를 정하면서 손님이 더 이상 줄을 못서게 막는다.
다만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신밧드의 모험의 대기줄 구조를 기억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밖에서 한번 기다려서 무슨 동굴 같은 데를 들어간다. 거기서 줄을 다시 서야 배 타는 곳(탑승장)이 나온다. 동굴에는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여러 가지 조형물과 신밧드 영상을 틀어 놓는 티비가 있다. 마감 때 가끔 그런 거 보다가 늦게 탑승장에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미 마지막 배를 보내고 난 후라면 컴플레인 각이 날카롭게 선다. 이럴 거면 왜 들여보냈냐고 하면서. 따라서, 마지막 배를 정하고 그 배를 출발시키기 전에 알바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려서 모든 손님을 확실히 다 태우고 출발시킨다.
그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손님이 없는 여유로운 마감이었다. 마지막 배에 탑승한 손님은 달랑 커플 한쌍이었고, 얼마간 기다렸다가 출발시키려고 했다. 그때 동굴 쪽에서 발소리와 말소리가 들렸고, 손님이 더 있다는 걸 알고 출발을 보류했다. 누나로 보이는 여아와 키 제한을 간신히 넘길 거 같은 어린 남아였다. 그 둘을 마저 태우고 마지막 배를 출발시켰다. 오늘은 마감이 다가오자 손님이 거의 다 빠져서 여유로웠고, 그만큼 편하게 시급을 빨며 곧 있을 퇴근을 기다리는 내 기분도 여유로웠다.
그러나 마지막 배가 들어오는 걸 보는 순간 기분 좋은 여유는 사라지고 다급함만이 남았다. 탑승장에 들어오는 그 배에는 커플 한쌍만이 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ㅈ됐다는 생각만 들었다.
'애들이 빠졌다!'
나는 하차 멘트도 잊은 채로 급히 그 커플에게 물어봤다. 같이 탔던 애들 어디 갔냐고, 혹시 어디서 빠졌는지 봤냐고. 그 커플은 뒤를 보더니 "어? 뭐지 애들 어디 갔지?" 하고 자기네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출구로 나갔다. 배를 넣느라 바쁜 직원에게도 알렸다. 아무래도 애들이 빠진 거 같다고. 순간 ㅈ됨을 인지한 직원과 나는 CCTV를 돌려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때 잊었던 1편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나, 커플, 그리고 직원이 보았던 그 아이들은 CCTV 화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배에는 커플만 타고 있었고, 나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안내하다가 배를 출발시킨 것이다.
출처: 개드립닷컴 - 어휴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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