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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괴담

무전기

내가 초등학교 때 무전기가 유행했다. 

물론 나도 무전기를 한 세트 가지고 있었고 이것을 가지고 여러 장소에 탐험을 하곤 했었다. 


어느 날, 원래 볼링장이었던 폐허에 잠입하게 되었다. 멤버는 나(이하 T)와 친구 S와 O였다. 나와 S가 건물에 잠입하고 O는 건물 밖에서 경계를 하기로 했다. 경계라고 하는 건, 그러니까 바깥을 망보는 역할? 아무튼 그렇게 역할을 분담했다. 무전기는 한 쌍밖에 없었기 때문에, 잡입조에 1개, 바깥 경계조에 1대로 나눴다.

 

우리들은 같은 학교의 장난꾸러기들에게 볼링장 내부에 대한 정보를 구했다. 정보에 따르면 건물은 3층이고, 1층은 게임센터, 2층과 3층은 볼링장. 1층의 나선형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로비와 프런트가 있고 거기를 지나치면 볼링장 레인이 10개 정도 있다고 했다. 3층에는 간단한 스낵을 먹을 수 있는 스낵 코너와 볼링장의 사무실 같아 보이는 방이 있다는 모양.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와 S는 경례 포즈를 하고 건물에 들어갔다. 1층은 게임센터였기 때문에 창문에 검거나 붉은 계열의 필름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유리가 깨진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외부의 빛이 들어와서, 의외로 밝았던 거 같다. 2층으로 올라가자 원래 볼링장이었던 만큼 큰 창문이 있었다. 계단 부근의 로비는 밝았고 레인 쪽은 다소 어두운 분위기.

 

"뭐야, 의외로 안 무서운데" 

"그래도 깨진 유리나 물건이 널려있어서 밟으면 위험할 거야" 

우리들은 그런 말을 나누며 앞으로 나아갔다. 

 

"응답하라! 여기는 T와 S, 지금까지 이상 없음, 오버~" 

잠시 후, "여기는 O입니다. 수신 양호합니다. 밖에는 이상 없음!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오버~" 

어쩐지 진짜 탐험대가 된 것 같아서 두근두근했다. 

그런데 갑자기...

 

"삐이- 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 지지고 삐이-!"

 

"건물 내부에는 귀신이 있습니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파 상태가 안 좋은가?" 

내가 무심코 그렇게 말하자, "O가 겁에 질려서 이상한 장난을 치는 걸 거야"라며 S군은 웃었다. 

"특별한 사항은 없습니다. 귀신도 없습니다, 오버~" 나는 일단 대답했다. 

그러자 O가 "... 도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오버" 노이즈가 잔뜩 낀 음성으로 대답했다. 

 


나와 S는 얼굴을 마주했다. O는 겁쟁이 같은 녀석이라 이런 경우에 본인도 같이 가자, 라는 말은 하지 않는 성격이다.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드문 경우도 있구나, 해서 의아했다. 어쩌면, 바깥에 혼자 있는 거도 반대로 무서운 건가? 라면서 서로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럼 합류하고 두 패로 나누어서 다시 탐험합시다. 우리는 2층의 레인 근처에 있습니다. 유리 조심하고 2층에 올라오세요, 오버~" 

그러자 O에게서 회신이 왔다.

 

"오버 그럼 지금부터 그쪽으로 간다. 여기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면 되는 거 지? 오버" 

"아니, 지금 우리들은 2층이니까, O는 올라와야지 게다가 입구에서 들어오는 거라 손님용의 나선형 계단으로 올라오는 게 좋을 거야, 오버~" 

"으응, 앞질러서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계단 아래로 내려갈게. 그래야 만날 테니까, 오버" 

우리들은 레인 구석의 벽에 있었다. 근처에 있는 통로의 문이 빠져있어서 우리들이 있는 곳에서 직원용 비상계단이 보였다. 계단 위 쪽을 보았다. 분명히 O가 아닌 실루엣이 흔들흔들 내려오고 있었다. 

'!!!!'

 

우리들은 달아났다. 직감적으로 저건 O가 아니라고, 어떻게 해서든 부리나케 달아났다. 레인에서 프런트를 지나 나선형 계단을 구르듯이 내려가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면서도 1층의 출입구까지 달렸다. 도착해서 문을 열려고 했는데,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열리지 않았다. 

"쾅쾅!"  

 

발로 차도 소용없었다. 


"망가진 건가?"  

 

"여보세요? O? 어딨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야!" 

"기다려봐... 지금 데리러 그쪽으로 갈테니까아아..." 

테이프 레코더를 천천히 돌려 재생하는 듯한, 음정의 변화가 없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O의 목소리가 아니야!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기다려어어어어- 으어ㅏ어낭런댜퓨댄아ㅓ리ㅏㅇ푸ㅏ아" 

늘어지는 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소리가 자꾸 들려왔다. 우리들은 필사적으로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다. 

"쾅쾅!"  

"쾅쾅!"  

"저기 온다! 온다! 빨리 진짜 O!! 여기로" 

다행히 건물 밖에 대기하고 있던 O가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왔다. 어떻게 된 일이야? 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덜컹!"  

"덜컹!"  

"쾅!"  

몇 번이고 문을 걷어찬 끝에 드디어 문이 열렸다. 잠금장치가 살짝 걸려있던 것 같았다. 우리들은 O를 뒤로하고 부리나케 달려 주차장을 지나 한참을 떨어진 곳에서 뒤따라온 O에게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 주었다. 전말을 들은 O는 영문을 모른 채로 이렇게 말했다. "T와 S야 말로 이상한 말을 했어,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이렇게 말했잖아. -배터리가 다 닳았나 봅니다. 아, 손님입자아 이앙 소오온니이임입자아앙 저어언소오 옹을 망ㄴ럼;듀ㅜ;ㄹ맺ㄷ리ㅏㅇㄴ러;...-" 이후에는 정말로 배터리가 없었던지 수신이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 그런 말 한 기억 없어, 배터리도 안 닳았고" 

우리들 3명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전원을 켜둔 무전기가 음성을 수신했다. 

"삐--!"

잠시동안의 노이즈 후에 "여기는 O입니다. 다시 들어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오버" 

건물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뭔가 검은 형체가 볼링장의 유리창에 착 달라붙어서, 흔들흔들거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우리는 다시는 폐허에 들어가지 않았다.

 

 

원문: 2ch

번역 :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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