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원도 모 부대 경비소대로 복무했었는데, 당시 잊기 힘든 일이 있어. 경비소대가 뭐 하는 곳이냐면, 그냥 2년 내내 근무만 존내 서다 전역하는 곳이야. 위병소부터 각 초소까지. 때는 내가 병장진급 직전이던 2008년 11월이었어. 니들도 알다시피 강원도는 10월부터 춥기 때문에 11월은 굉장히 추웠지.
우리 부대에는 13 초소라는 초소가 있었는데, 그냥 13번째 초소라서 13 초소이기도 하지만 내가 입대하기 수십 년 전부터 괴담이 늘 성행하는 초소라서 이등병 땐 정말 개쫄아서 근무 투입됐지만 짬을 먹을 대로 먹은 저 날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근무 나간다는 생각으로 나갔었어.
당시 나랑 같이 근무에 투입된 후임은 내 3개월 후임애였는데, 워낙 말이 잘 통하는 놈이라 별생각 없이 오늘은 무슨 얘길 하나 하면서 근무 들어갔지. 실탄근무이다 보니 근무기강도 꽤 세고 그랬어. 암튼 그날은 새벽 1시~2시 근무였거든. 초소 철책 밖은 그냥 숲에다 좀 더 가면 절벽이라 사실 사람이 올라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우리가 나갈 수 있는 통문 말고는 들어올 수도 없고.
그날도 휴가 나가면 뭐 하고 노나 하면서 노가리 까고 근무서고 있었는데, 근데 철책 밖에 웬 여자가 서있는 거야. 멀뚱히. 겨울이다 보니 숲이 울창하지가 않아서 밤에도 잘 보였지. 하얀 원피스 같은 옷을 입은 여자였어.
"야, 재현아, 앞에 사람 안 보이냐?"
"상병 김재현! 잘 안 보입니다."
"그래? 초소 안에서 야시경 가져와 봐. 내가 헛걸 보나."
야시경으로 보는데, 진짜 선명하게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존나 무섭더라고... 귀신인가, 사람인가.. 아닌데 사람이 올 리가 없는데 하면서... 다리가 후들후들거리고 얼추 거리가 100미터 안팎이라 가시거리도 잘 보이는데, 갑자기 안개가 끼더라. 미스터리 하게 그 타이밍에 안개가 깔리는데 더 무서운 거야. 그리고 잠깐 지났는데, 존나 앞으로 와있었어.
"박성민 상병님! 앞에 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치? 낙엽 밟는 소리 들리지 않냐?"
"예, 그렇습니다."
"멧돼지도 아니고... 야, 저 하얀 옷 보이냐?"
"보입니다. 점점 가까이 오는 것 같습니다."
"야, 내가 헛거 보는 거 아니지, 지금?"
"아닙니다. 저도 보입니다. 점점 가까이 옵니다. 박성민 상병님."
"야, 너 일단 조정간 단발 놓고 있어 봐. 지통실에 물어볼게."
난 초소에 들어가서 지통실에 전화해서 물어봤어. 혹시 우리 초소 카메라 보이냐고 하면서 초소 밖도 좀 봐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없다는 거야. 아니 이 씨1발롬이.
"당직사령님 주무시냐?"
"예, 주무십니다."
"아.. 좆됐네. 야, 진짜 안 보여?"
"진짜 안 보입니다. 뭐 잘못 보신 거 아닙니까?"
"아니라니까. 일단 나 초소 밖으로 나가야 될 거 같은데, 당직사령님 깨시면 물어봐 봐."
전화 끊고 나오는데 사람 걸을 때마다 나는 낙엽 밟는 소리가 계속 나는 거야. 그래서 다시 야시경을 꺼내서 봤는데, 여자가 다리는 그대로인데 몸만 좌우반동처럼 갸우뚱갸우뚱거리면서 서있더라. 난 존내 무서워서 후임한테 야시경 넘겨서 보라니까 이 새끼도 보자마자 놀래갖고 지도 모르게 욕을 하더라고.
"박성민 상병님, 저거 귀신 아닙니까?"
저 말을 듣는데 진짜 귀신인가 싶어서 오만 생각이 다 들었어. 존나 무서운 데다 소리는 계속 부스럭부스럭거리고, 근데 잠깐 말 나누는 사이에 얼굴이 분간이 가능한 시야까지 가까이 온 거야. 둘 다 벌벌 떨면서, 그때부터 다리가 후들후들거려 싸움하기 직전에 흥분돼서 다리가 후들거리는 거랑 비슷하게. 이미 말할 때 말도 더듬고..
이때다 싶어서 난 수하를 댔어.
"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
"수하 불응 시 발포하겠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그러던 찰나에 갑자기 여자가 다시 보이는데, 우리 보면서 씨익 웃더라. 그걸 보는 내내 믿기지가 않는 게 여긴 도저히 사람이 올라올 수가 없는 곳이고, 조금 더 내려가면 강도 있는 절벽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사람이 아니고 귀신이라고밖에 생각이 안 들고, 야시경으로 얼굴을 보는데 머리카락에 거진 다 묻혀서 얼굴도 잘 안 보였어. 그리고 둘 다 개쫄아서 벌벌 떨고 있는데, 갑자기 엎드리더니 기어서 존나 빨리 우리 앞으로 왔어. 그때 후임은 기겁하면서 뒤로 넘어지더니 그 사이에 허공에 총을 쐈어. 나도 놀래 뒤로 자빠지면서 공포탄을 쐈고.
내 앞에 흰자밖에 안 보이는 여자가 철책을 잡고 흔들면서
"문 열어!!! 히히히히히히 문 열어!!!!"
후임은 개거품 물듯이 넘어져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난 경보버튼도 못 눌렀는데, 공포탄 소리에 이미 5 대기 출동해서 막 뛰어오더라고. 5 대기 애들도 올라오다가 그 여자를 봤는지 놀래서 랜턴으로 막 비추면서 수하 댔는데 당직사령도 와서 봤지. 암튼 나는 그때 근무 빠지면서 바로 지통실 복귀하고 애들이 나머지 처리했는데, 나중에 가서 보니까 그 여자가 몽유병 있는 정신병자더라고..
진짜 무서웠었다. 가끔 꿈도 꿔.
출처 : 개드립 - N2Rookie님
'괴담 >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전기 (7) | 2024.10.07 |
---|---|
크리스마스에 읽는 무서운 이야기 - 메리씨 괴담 (0) | 2023.02.13 |
산골 소녀 영자 사건 (0) | 2023.01.17 |
가발 (0) | 2023.01.15 |
순간의 쾌락 (0) | 2023.01.14 |
식인족 소니 빈 일가 (0) | 2023.01.13 |
할머니 (0) | 2023.01.10 |
하츠카이치 여고생 살인사건 (0) | 2023.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