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공개하면 아마 옛 동료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겠지. 들키면 꽤 위험할 것이다. 아직 살아있다는 걸 알아차리면 또 나를 찾아 나설 테니.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전하지 않으면, 그 우물의 존재는 어둠 속에 묻힌 채 영영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목숨을 걸고 이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이야기다.
나는 도쿄에 있는 모 조직의 신진 간부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N이라는 자였다. 요새는 그런 조직도 자잘하고 위험한 일은 모두 외주를 맡겨버린다. 조직이 아니라 개인을 고용하는 거지. 경찰에게 잡히면, 도마뱀이 꼬리 자르듯 딱 끊어버리는 것이다. 그 대신 대가는 후하게 쳐줬기에 나도 그런 일을 받아 가며 먹고살고 있었다.
나는 도쿄에서도 비교적 부자와 외국인이 많이 사는 거리에서 일했다. 위험한 일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느낌이 들겠지만, 정작 내가 했던 건 별거 아니었다. 승합차로 꽃집에 꽃을 가지러 가고, 꽃값을 낸다. 그리고 그 꽃을 캬바쿠라와 고급 클럽에 배달한다. 그런 클럽들 가면 늘상 놓여있는 그런 꽃들 말이다. 꽃을 가져다준 뒤 돈을 받는 것이다. 꽃집에서 사 온 돈의 세 배에서 다섯 배는 되는 돈이다. 그런 식으로 한 달에 3천만 가까이 벌었다.
내가 하는 위험한 일이래 봐야 처음에는 그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성실하게 임했다. 상대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 투성이다. 젊은이를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을러대고 값을 깎으려는 양아치들도 숱했지. 그때마다 주먹으로 해결하려 들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뭐, 주먹부터 휘두르려는 놈들도 있지만. 경찰 부를 일이 생기면 그대로 거래는 끝나게 된다. 조직에서도 미운 털이 박히게 되는 거지. 내 입장에서도 피 같은 돈을 날릴 수는 없는 거고. 그렇기에 그럴 때마다 나는 끈질기게 달라붙어 설득했다. 설득하면서도 중요한 곳은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1엔도 깎지 않고, 조건 하나 내주지 않았다. 뭐, 어쨌든 그렇게 일처리를 꽤 잘 해냈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N의 동생 격인 S, 그리고 K라는 사람에게 상당히 신뢰받게 되었다. 그래서 종종 꽃 배달용 승합차를 몰고, 한밤중에 불려가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차에는 아마 드럼통이나 골판지 상자 같은 걸 넣는 듯했다. 짐을 실을 때는 나는 운전석에만 있었고, 어차피 뒤쪽은 가려져 있어서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이라곤 벤츠 뒤를 따라 운전하는 것뿐. 짐을 내리면 또 한동안 기다린 뒤, 벤츠를 따라 돌아온다. 그리고 돈을 받는 것이다. 뭘 옮겼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하지만 그 대가로는 고작 한 번 일한 것으로 꽃 배달 한 달 치 돈을 받았다.
어느 날 밤, 나는 또 K의 호출을 받고 나왔다. 도착해 보니 평소와는 면면이 달랐다. 평소에는 S랑 K, 그리고 젊은 부하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간부인 N이 있었고, S랑 K까지 셋뿐이었다. 세 명 모두 이상하게 긴장하고 있어, 뭔가 확실히 이상한 분위기였다. 내가 도착했음에도 "시동 끄고 기다리고 있어." 라고만 말할 뿐, 자기들끼리 중얼중얼 무언가 말을 나눌 뿐이었다.
"...는 이대로 돌려보내."
"저 녀석은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띄엄띄엄 대화가 들려왔고, 결국 나는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왠지 모를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트렁크 문이 열리고, 무언가가 차 안에 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드럼통이나 골판지 상자가 아니었다. 내려놓을 때 소리가 평소와는 달랐다. 무거운 물건인 듯했다. 더욱 괴상한 것이, S와 K가 내 차에 같이 탔다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다들 벤츠를 타고, 나 혼자 그 뒤를 따라갔을 뿐이었는데. 게다가 갑자기 수도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게 아닌가. 고속도로에는 카메라도 있고, 번호판도 다 기록되기에 이쪽 일을 할 때는 최대한 고속도로를 피해 달리기 마련이다. 수도 고속도로 순환선은 황궁을 내려다보면 안 된다든가 하는 이유로, 몇몇 구간은 지하로 가게 된다. 부끄럽지만 나는 길치다. 운전은 잘하지만 방향 감각도 없고, 길도 잘 기억하질 못한다. 그렇기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순환선을 두 바퀴 정도 돌았던 것 같다. 주변에 차가 하나도 없을 무렵, 갑자기 N이 타고 가던 벤츠가 비상 깜빡이를 켰다. 그제까지 아무 말이 없던 S와 K였지만, 그걸 보고 S가 입을 열었다.
"오른쪽 차선으로 들어가서 멈춰서."
그 말대로 했다.
거기가 합류지점이었다.
"저기 섬처럼 생긴 곳에다 후진으로 차를 대."
그대로 하고 전조등을 껐다. 양쪽 기둥을 사이에 두고 있는 곳이라, 평범하게 지나가는 차는 뒤를 돌아봐도 좀체 찾을 수 없는 위치였다. 설령 찾아내더라도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
N이 탄 벤츠는 그대로 가버렸다. S와 K는 둘이서 짐을 내렸다. 그리고 나도 나오라고 불렀다. 기분 나쁜 예감이 또 나를 덮쳤다. 이제까지 운전석 밖으로 나를 부른 적은 없었으니까.
S와 K가 둘이서 메고 있는 비닐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에서 종종 나오곤 하는 시체 봉투처럼 새까맸다. 이미 내용물이 사람일 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터무니없는 일에 말려들었다는 생각을 하니, 허리가 아파왔다. 왜 조직 사람이 아니라 날 데려온 건가 싶었다. 그 이유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S는 "주머니에 열쇠가 있으니까, 그걸 꺼내서 철조망 문을 열어." 라고 말했다. 나는 그대로 했다. 철조망을 지나 5m 정도 가자 또 문이 나왔다. 문이라기보다는 벽이라는 느낌일까. 열기 위한 손잡이도 없고, 열쇠 구멍도 보이질 않았다.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S는 또 다른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라 했다. 이번에는 크고 작은 열쇠가 하나씩 있었다. 콘크리트 벽에 스테인리스로 된 작은 뚜껑이 붙어있는데, 그것을 작은 열쇠로 여는 것이었다. 안에는 원통형 열쇠 구멍이 있고, 거기 큰 열쇠를 넣었다. 열쇠를 돌리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조금 움직였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벽이 열렸다. 벽 안까지 장치가 되어 있어 문이 잠겨있었다. 벽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조차 불가능할 구조였다. 그 앞은 완전히 암흑이었다.
손전등을 들고 잠시 나아가니 곧바로 철문이 나왔다.
"무단출입 엄금. 방위 시설청." 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상했다. 여기는 일본 도로공단의 시설일 텐데. 아니, 그걸 떠나 조직 사람들이 이런 곳에 멋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익히 아는 사람들이라 실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디 감시 카메라는 없는 건가 싶어 불안했다. 안에서는 더 이상한 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철문도 아까 전 벽과 똑같은 방법으로 열었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섰다.
S랑 K는 이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꽤 힘들어 보였지만 도와달라고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계단이 나왔고,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종종 두 사람을 발을 멈추고 어깨에 맨 "짐"을 고쳐맸다. 계단을 다 내려오자, 대단히 넓은 통로가 좌우로 펼쳐졌다. 아마 폭이 10m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거기서 잠시 쉬었다.
통로에는 군데군데 전등이 달려, 무척 어슴푸레했지만 일단 손전등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우리는 왼편 통로로 나아갔다. 가끔씩 쉬면서 한동안 걸어갔다. 통로 자체는 올곧게 뻗어있었다. 종종 양옆에 철문이 보였다. 그러다 어느 문 앞에서 S가 멈춰 서서 입을 열었다.
"이거 아닌가? 이거 같은데."
거기에는 "제국 육군 제 13호 갱도"라고 써 있었다. 낡은 글자체였다. 믿을 수 없었다. 지금 일본에는 육상 자위대뿐이니까. 최소 몇십 년은 더 된 터널이라는 뜻이었다.
S도 K도 땀투성이가 되어 숨을 몰아쉬고 있었기에, 문을 열고 들어간 후 또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고, 나도 가만히 있었다. 잠시 뒤, S가 "이제 가자." 라고 말하고, 봉투 한편, 아마 "다리"가 있을 쪽을 잡았다.
그랬더니...
"봉투"가 갑작스레 날뛰기 시작했다. S는 허를 찔렸는지 그만 손을 놓아버렸고, 반대편 봉투 입구에서 얼굴이 튀어나왔다. 재갈을 물고 있는 약간 마른 남자였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짐작은 하고 있었음에도, 봉투 안에서 진짜 사람이, 그것도 살아서 튀어나온 걸 보고 내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S는 K에게 "야, 왜 정신을 차린 거야! 약을 놔, 약을! 봉투에 다시 집어넣으라고!" 하고 소리쳤다. K는 "약은 가진 게 없어."라고 어떻게든 대답했다.
그 사이에도 "봉투"는 계속 날뛰었다. 몸을 묶였는지, 격렬하게 몸을 뒤틀며 어떻게든 봉투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 S는 봉투 위, 배 근처를 밟듯이 차버렸다. 순간 "봉투"의 움직임이 멎었지만, 곧 "우욱!" 하고 큰 신음 소리를 내며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S는 배 근처를 계속해서 차댔다. 그런데도 "봉투"는 계속 날뛰었다. 이윽고 K도 가세해, 둘이서 엄청나게 찼다. 뿌드득하는 소리가 두어 번 들렸다. 아마 늑골이 부러졌던 거겠지.
"봉투"의 움직임은 멈췄다. 그 순간, 어째서인지 남자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때까지 성난 야수처럼 날뛰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S가 "다시 집어넣어."라고 말하자, K는 남자 어깨를 밟고 봉투를 잡아당겨 남자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지금도 그 광경은 슬로모션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남자는 봉투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겠지. K가 힘겹게 봉투 입구를 묶는 걸 확인한 후, S는 다시 몇 번 더 봉투를 걷어찼다.
"이 정도 해둘까. 죽으면 안 되니까 말이야."
S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보았다.
"너, 저 녀석 얼굴 봤어?"
"아뇨... 갑작스러워서 뭐가 뭔지 저는 전혀."
그렇게 대답하는 게 고작이었다.
사실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S와 K는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된 "봉투"를 메었다. 달라진 것은 나도 가운데에서 함께 들게 됐다는 것. 이제 내용물을 알아버렸으니, 나 또한 운명공동체가 된 셈이었다. 그리고 그 13호 갱도라는 곳을 계속 걸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넓은 통로와는 달리, 폭이 3m 정도의 좁은 통로였다. 오른 편은 계속 벽이었지만, 왼쪽에는 종종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폭 1m 약간 더 될 정도의 계단을 조금 내려가니 문이 있었다.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지만, S는 어느 문 앞에서 "멈춰."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또 "제국 육군", "제국 육군 제126호 우물"이라고 써 있었다.
우리는 S의 말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상당히 넓은 방이었다. 초등학교 교실 정도 크기일까. 그 한가운데에 확실히 우물이 있었다. 하지만 뚜껑이 닫혀 있었다. 무거워 보이는 철제 뚜껑이. 가장자리에는 쇠사슬이 달려 있었고, 그게 천장에 있는 도르래에 연결되어 있었다. 도르래에 달려 있는 또 다른 쇠사슬을 당기자, 뚜껑에 붙은 쇠사슬이 서서히 감기고 뚜껑이 열렸다. 나는 명령대로 계속 쇠사슬을 잡아당겨 뚜껑을 열었다. 완전히 뚜껑이 열리자, 두 사람은 "봉투"를 들어 올렸다. 이미 무슨 짓을 할지는 짐작하고 있었다. 이 깊은 땅속, 아무도 오지 않을 우물에 내던져버리면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하겠지.
하지만 딱 하나, 알 수 없는 게 있었다.
어째서 산 채로 던져야만 하는 걸까?
두 사람은 봉투를 우물 안에 집어던졌다. 나는 물이 튀는 소리가 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들려온 것은 퍼석하는 소리였다. 물이 하나도 없이, 마른 바닥에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
S와 K는 서로 마주 봤다. S는 손전등을 들고 있던 내게 턱을 주억거렸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라는 뜻이었겠지. 손전등으로 비추어 보았지만, 처음에는 빛이 약해서 바닥까지 보이지가 않았다. 빛을 조절하고 초점을 맞추자, 희미하게나마 바닥까지 빛이 닿았다. "봉투"의 일부분이 보이고 있었다. 우물은 역시 마른 듯, 물은 거의 없었다.
내가 비추고 있는 사이, 손이 나타났다. 새하얀 손이. 그뿐 아니라 털 하나 없는 데다 새하얀 머리도.
방금 전 "봉투"에 담겨있던 사람은 대머리가 아니었다. 뭔가 싶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또 머리가 나타났다. 어? 2명이나? 나는 더 혼란스러워져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 머리는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다.
눈이 없다. 눈 구멍이 텅 비어있는데 아니라, 콧구멍처럼 그저 작은 구멍이 뚫려있을 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우리들은 모두 굳어버렸다. 게다가 두 명뿐이 아니라, 그 녀석들 주변에서도 무언가 꿈틀거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뭐지, 저게?
사람인가?
왜 우물 안에 있지?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사람이 들어왔다. 나는 놀라 손전등을 떨어트리고 일어섰다. S와 K도 마찬가지였다. 들어온 것은 N이었다. N은 우리를 보고 의아한 얼굴을 했다.
"S, 벌써 다 끝냈냐?"
S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지만, 곧 대답했다.
"끝냈습니다."
N은 우리의 상태를 보고, 우리가 우물 안을 봤다는 걸 알아차린 듯했다.
"봤냐, 저 안을."
우리는 아무 말 않았지만, 그건 곧 긍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빨리 뚜껑을 닫아."
그 말을 듣고, 나는 급히 아까 전과는 반대로 도르래를 풀었다.
뚜껑은 조금씩 닫혀간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잊어."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죽이면 안 된다고 했지만, S 본인 또한 왜 죽이면 안 되는지 그 이유는 몰랐을 것이다. 산 채로 떨어트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 채로... 그런 괴물 같은 놈들이 있는 곳에. 차마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온 길을 거슬러, 차를 타고 도로로 나왔다. S와 K는, 이번에는 N의 벤츠를 타고 갔다. 그리고 그게 내가 그 세 사람을 본 마지막 순간이 되었다.
나는 떠올리고 말았다.
그때 "봉투" 안에 들어있던 남자의 얼굴을.
최근 출소한, 회장의 셋째 아들이었다. 일처리가 영 좋지 못하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서투르게 나섰다가 그만 사건에 연루되어 징역까지 살았던 듯했다. 나는 두세 번 마주쳤을 뿐이었지만, 별거 없는 주제에 온갖 잘난 척은 다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회장의 아들을 죽이는 게 용납될 리가 없다. 시체를 숨겨도 머지않아 들키고 말겠지. 가능한 한 들키지 않도록 나를 사용해서 옮겼지만.
그 사건으로부터 2주일 정도 지나, N은 사라졌다.
"너도 어디로 숨으라고."
S는 전화로 그렇게 말했다.
들킨 거겠지.
회장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이.
조직하고는 거리가 좀 있었던 덕에, 나는 도망칠 수 있었다. S와 K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고, 나는 사람이 많은 지역을 전전하고 있다. 이건 PC방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PC방도 신분증을 제시해야 들어올 수 있다고 하니, 이게 마지막 기회겠지. 조직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어디에서 썼는지 금세 찾아낼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 동네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다.
누군가 그 우물의 정체를 밝혀 내주길 바란다.
왜 야쿠자 조직이 그런 우물의 열쇠를 가지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정체가 밝혀진다면 나를 쫓는 녀석들도 모두 잡혀들어갈지 모르니까 말이야.
나는 도망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도망칠 생각이다.
출처 :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 http://vkepitaph.tistory.com/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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