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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기묘

옷장 안에 (Feat. 개그맨 홍록기)

이 이야기는 내가 젊은 시절이던 1998년, 당시 사귀던 여자 친구와 겪었던 기묘한 일이다.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면 꼭 이상한 사건을 겪었지만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사귄 지 얼마 안 된 여자 친구는 최근 이사를 했다. 나도 여친의 집에 가서 짐도 날라주고 청소도 해주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서부터 자꾸 기분이 이상하다며 나에게 자주 하소연했다. 

 

"오빠, 새로 이사한 집 아무래도 이상해. 느낌이 진짜 안 좋아." 

"왜? 깨끗하고 아늑하니 좋더구만." 

"아니, 그게 아니고 자꾸 집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여친 혼자 사는 집이었기에 괜히 혼자 있는 게 두려워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자 친구의 하소연은 계속됐고, 나도 그냥 기분 탓으로 치부하기엔 예삿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난 스케줄이 끝나고서 여친 집을 방문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여친은 자꾸만 자신을 바라보는 기분이 떨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짜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여자 친구의 집에 가기 위해선 항상 행주대교를 지나가야 했는데,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스케줄을 마치고 매니저와 함께 그곳을 운전해 통과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체가 크게 흔들리더니 차의 속도가 줄기 시작했다. 

"야, 갑자기 차가 왜 이러냐?" 

"예, 형님. 차 펑크 난 거 같은데요?" 

멀쩡한 차가 도로 한복판에서 타이어가 펑크가 난 것이다. 단순히 차량 타이어 상태가 안 좋아서 생긴 우연이라고 치부했다. 스페어 타이어로 갈고 생각보다 늦게 여친의 집에 도착했다. 여친은 왜 이리 늦게 왔냐며 투덜거렸고 난 웃으며 그녀를 달랬다. 하지만 이건 사건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이후로도 계속 여친의 불안함은 지워지지 않았고, 그때마다 난 집에 찾아가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행주대교를 지나갔는데, 다른 일도 아닌 여친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만 내 차에 펑크가 나서 늦게 가기 일쑤였다. 처음 몇 차례는 우연이겠거니 넘기고 렌터카를 타고 가거나 스페어 타이어로 갈아서 가는 걸로 대신했다. 허나 이런 일은 더욱 빈번해졌고, 타이어 펑크와 여친의 호소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난 그럼에도 그저 우연이다, 기분 탓이다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와중에 방송 중 알게 된 유명한 무속인과 식사를 하게 됐는데, 그분이 내게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요즘 가장 가까운 분께서 힘드신가 봅니다??" 

이 말을 듣고 나와 내 매니저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 친구가 겪고 있는 일들로 인해 우리도 심적으로 여간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간 있던 일을 설명하니 무속인은 알겠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 집에 혹시나 자신의 것이 아닌 물건이나 옷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십쇼. 그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겁니다." 

 

 

무속인은 꽤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여자 친구의 소유가 아닌 것이 집에 있기 때문에 차마 형용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내게 설명해주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집에 너의 것이 아닌 물건이나 옷이 있으면 바로 찾아보고 연락 주라. 지금 바로!" 

"어어, 알았어. 오빠 잠시만."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약 40분이 흘렀을 즈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받아보니 여자 친구였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는 굉장히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빠... 혹시 갈색 정장 입어??" 

"갈색 정장?? 아니 난 여태껏 그런 옷은 입은 적이 없는데?" 

"그게... 내 장롱 속에 그 옷이 있더라고. 이사 때도 못 본 건데." 

이사할 때 본 적이 없는 누군가의 갈색 정장이 여자 친구 집 장롱 속에 있다는 말에 꽤나 충격을 받았다. 나는 곧장 매니저와 함께 집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난 만약을 대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행주대교는 무조건 피해 가자고 매니저에게 당부했다. 한참을 달렸을까. 난 익숙한 풍경에 화들짝 놀라 주위를 돌아봤다. 여긴 행주대교에 들어가기 직전에 지나치는 길이다. 

"야! 너 뭐하냐. 왜 행주대교로 와?" 

"어어?? 이 길로 내가 왜 온 거지?" 

매니저 동생 녀석도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물론 나 역시 행주대교 근처에 올 때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우리 차는 행주대교에 진입했다. 

"형님, 손잡이 꽉 잡으십쇼." 

"야, 핸들 꽉 잡아라."

 

나와 매니저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꽉 잡으란 말을 건넸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되는 순간, 차의 핸들이 마구 떨리는 소리가 나더니 매니저가 황급히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렇다, 항상 타이어가 터지던 그 지점에서 또 펑크가 나고만 것이다. 이제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나는 그날 렌터카를 빌려 매니저와 함께 겨우겨우 여친 집에 도착하여 문제의 정장을 가지고 나와, 집 주변 공터에서 말끔하게 불태워버렸다. 신기하게도 그 뒤엔 여친은 집에서 누군가 지켜본다는 느낌도 없이 편히 지낼 수 있었고, 나 역시 행주대교에서 타이어가 펑크 나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 무속인의 말을 인용해 보자면 남의 물건이나 옷이 자기 집에 있으면 귀신이 들러붙어, 집주인과 주변 지인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친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여자 친구와 매니저, 그리고 나까지 그런 사건에 휘말린 것이었다. 

몇 년 뒤, 한 방송에 나가 이 일을 직접 인터뷰하는 촬영을 했는데, 인터뷰 도중 갑자기 이유 없이 조명이 나가버리는 기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명 무속인이 나와 행주대교를 탐색했는데, 참 소름 돋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행주대교가 살터입니다. 한자 그대로 죽는 자리란 뜻인데, 여기에 부유령들이 돌아다니는 게 보이는군요. 그리고 그 홍록기 씨와 여자 친구가 겪은 일은 색정귀라는 귀신이 저지른 겁니다. 사람의 애정과 관련해서 한이 맺힌 귀신인데, 집안의 물건이나 옷을 매개로 장난을 치지요." 

지금 이 글을 듣고 있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장 집안에 내 것이 아닌 물건이 있는지 확인해보라. 혹여나 내 물건이 아닌 것이 있다면 즉시 버리거나 불태워버리길 추천한다. 그것을 통해 귀신들이 당신들에게 몹쓸 장난을 칠지도 모르니 말이다. 

 

 

출처 : 루리웹 - 홍비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