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동유럽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나라나 마을 이름은 말하지 않겠다. 마을에 관광객들이 없는 편이 나을 것이기에. 마을은 특별한 구석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구성원 모두가 이름을 알고 지낼 만큼 작은 마을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거의 모두의 얼굴은 익히고 있었다. 꽤 큰 마트도 있었고, 영화관, 괜찮은 학교들이며 흥미로운 건물에 교회는 차고 넘칠 만큼 있었지만, 가장 자랑스러운 건 역시 거의 0에 가까운 범죄율이었다. 최악이라고 해봐야 10대 몇 명이 낡은 건물을 망치는 정도였으니 그를 제외하면 나라에서도 가장 안전한 마을인 셈이었다.
혹시라도 그곳에 가게 된다면, 아마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에 누가 들어올 수 없게 안전한지 몇 번이고 확인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비록 매월 마지막 날에 가야만 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난 그걸 아주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날만 되면 죽어라 반복했으니까. 어머니는 아버지가 일을 나갈 때면 입맞춤을 하셨고,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걱정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그러겠노라 약속했고 그 약속을 깬 적은 없었다.
그날이 되면 학교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밖에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반항적인 십 대들도 애완동물들과 함께 온종일 집안에 있어야 했다. 나중에 모두가 그렇게 갇혀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뻔한 일이었다. 친구들과 모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가 지도록 놀다가 집으로 갈 시간을 놓치는 것이다. 그러니 아예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안전했다.
아버지는 집에 오자마자 어머니와 함께 즉시 폐쇄에 들어갔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언제나 우리 집에 와 같이 밤을 보내셨다. 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거실에 앉아 부모님이 세심하게 집의 모든 문을 걸어 잠그는 걸 바라봤다. 아버지는 주의를 기울여 집의 모든 문과 창문을 걸어 잠갔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재차 모든 잠금장치들을 학 인하며 목록에 가위표를 그었다. 그 작업이 끝나면 다시 한번 집을 둘러보고 아버지는 또 잠금장치들을 확인했으며 어머니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커튼을 쳤다. 그러고 나서는 벽난로를 철판으로 덮고는 숙련된 솜씨로 나사를 조인 뒤 앞문과 뒷문에도 똑같은 처리를 했다. 아침이 되면 철판들은 다시 나사를 풀어 다락방에 가져다 놨다. 겨울 동안 이 짓을 하는 건 정말 끔찍했다. 벽난로에 불도 피울 수 없어 담요 무더기를 덮는 게 고작이었지만 여섯 겹이나 덮어도 전혀 따뜻하질 않았다.
폐쇄 의식이 끝나면 우린 거실에 모여 거실문도 닫고 밤이 지나길 기다렸다. 말을 할 순 있었지만 소리 지르는 건 안 됐다. 아무도 말할 기분이 든 적은 없었지만. 잘 수도 있었지만 아무도 그럴 정도로 긴장이 풀려있진 않았다. 할아버지의 등 때문에 언제나 소파를 침대로 남겨뒀지만 말이다. 우리 모두는 극도로 긴장한 상태여서 조그마한 소음에도 펄쩍 뛰었다. 가구들이 조금이라도 삐걱거렸다간 모두 심장마비가 걸릴 뻔하는 데다 재채기는 우릴 공황상태에 몰아넣을 수도 있었다.
우린 석유 등잔 두 개를 켜놨다. 빛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만에 하나 누가 나가야 할 때 어둠 속에 남겨지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세 번째 등잔도 있었지만 그건 화장실 갈 때 썼다. 그리고 그때조차 우린 혼자 가지 않았다. 두 사람이 같이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가야 할 때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함께 갔다. 화장실 문은 열린 채로 두어야 했고, 무슨 일을 봤든 간에 물을 내려서는 안 됐다. 그리고 누굴 데려가든 간에 아버지의 샷건을 들고 가야 했다. 그동안 거실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는 수렵용 엽총을 들고 있었다.
이날만큼 내 몸이 싫었던 적은 없었다. 오줌 싸고 똥 누는 게 싫었다. 무장한 남자들을 뒤에 데리고 등잔이 드리우는 무시무시한 그림자를 보며 어두컴컴한 복도를 가로질러야 하다니, 그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었기에 난 언제나 최대한 오랫동안 참았다. 그냥 전등을 켜는 건 허락되지 않았다. 빛도, 소리도, "그들"의 주의를 끌 수 있는 건 전부 금지됐다.
아기나 어린이들이 있는 집은 특히 힘들었다. 아기가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으니까. 아이들은 시끄럽게 울며 성질을 부려댔다. 우리 마을은 다른 모든 마을에 비해 아이들이 많이 묻혀있다. 애타게 아이를 조용히 시키는 부모가 실수로 질식시켜버리는 사고가 많이 일어난 까닭이었다. 그들은 체포당하지도, 심지어는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모두가 부모들을 그 지경까지 몰고 간 공포가 어떤 건지 이해하고 있었다.
밤은 대체로 조용했다. 난 혼자 카드를 갖고 놀며 주의를 분산시키거나 책을 읽어 눈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가끔은 겁에 질려있단 것마저 잊을 정도로 지루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끄러운 밤도 있었다. 그들이 우리 집 아주 가까이서 돌아다닐 때였다.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 그 누구도 그들이 가까이 있을 땐 거실조차 떠날 수 없었다. 만일 정말 참을 수 없다면 양동이에 일을 봐야 했다.
아마 무엇이 우릴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문제는 나 역시 그게 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 번도 뭘 본 적이 없었다. 아무도 매월 마지막 날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아주 어렸지만 이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부모님께 딱 한 번 물었던 적이 있었다. 대 그 밤에 밖을 돌아다니는 게 뭐냐고. 아버지는 떨며 말했다. "사악한 존재지." 아버지도 그걸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사악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아주 뼈에 새길 정도로. 밤이 다가올 때면 동물적 본능이 일어나 우리에게 뭔가 잘못된 게 있다고 알리는 것이다.
매월 마지막 날은 언제나 맑았지만 흐리게 느껴졌다. 해가 갈수록 점점 눈에 들어왔다. 매번 햇빛은 푸르스름해져 갔지만... 뭐, 그저 완벽하게 쨍쨍한 날씨처럼 보였다. 절대 비는 오지 않았다. 새들은 여전히 지저귀고, 개들은 짖지만 그 소리는... 마치 물속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내게는. 말했듯이 누구도 그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만일 뭔가 눈치챈다면, 그건 혼자 담아두는 것이다. 아마 평범한 낮을 즐기다 밤이 오면 그저 마주할 뿐일지도 몰랐다. 나도 모른다. 다른 날들은, 모두가 평범하게 보냈고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아니었다. 난 언제나 다음 밤이 어떨지 현기증 나는 예상을 하는 것이다.
내가 말했듯 난 "그들"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소리는 들어봤다. 그 빌어먹도록 시끄러운 밤에. 그들이 우리 집을 선택했을 때, 그들은 우리에게 위험이 매우 현실적이라는 걸 다시금 일깨워줬다. 우리는 숨을 참은 채 그들이 우리가 하나쯤은 잊었길 바라며 모든 잠금장치들을 열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집에 들어오기 위해 부모님이 대비한 것만큼이나 꼼꼼하게 모든 것을 살폈다. 손잡이를 돌리고, 당기고, 가망이 안 보이면 문을 흔들어댔다. 그들은 창틀을 흔들어 창문을 열려고도 했다. 그리고 가끔은, 맙소사, 난 그들이 그 짓을 할 때면 할머니의 품에 안겨 어깨에 대고 울었다. 당신께서도 내 어깨에 그러했듯이. 자라고 나서도 한참을 그랬다. 그놈들은 굴뚝으로도 들어오려고 한 것이다.
거실에 완벽한 침묵이 찾아오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주 미약한, 마치 손톱을 벽에 대고 긋는 것처럼 거슬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딸깍임이 시작된다. 성질 급한 사장이 발을 딱딱대는 것처럼 아주 고의적으로 딸깍 대는 소리가 철판의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샷건을, 할아버지, 혹은 어머니는 엽총을 벽난로에 겨눴다. 사격실력은 형편없어 맞힐 수 있을까 의심되긴 했지만.
"그들"이 철판 뒤에서 딸깍 대는 소리를 내고 있을 때, 우리는 여느 때보다 무언가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 방이 순식간에 어두워 보였다. 맹세컨대 가끔은 등잔 중 하나가 꺼진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빛이 다시 푸르스름하게 보였다. 그리고 누군가 양동이를 사용했을 때면, 신이시여, 냄새는 너무 강렬해져 오줌보다는 가솔린에 가까운 냄새가 났다.
그들은 딸깍 대고 딸깍 대고 또 딸깍거렸다. 한 번은 그들이 노크했다. 난 그 소리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친절한 이웃의 정중한 노크의 형식을 빌린, 망치로 철판을 내리찍는 듯한 노크였다. 소리는 울려 퍼졌고 철판은 찌그러졌다. 우린 그 철판을 바꿔야 했다. 딸깍임은 심해졌고 마침내는 그들이 다시 굴뚝을 타고 올라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기를 떨어뜨리지 않은 사람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떨며 벽난로를 조준했다.
한 번은 위층에서 그들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이 들어온 것이다. 내 말은, 들어올 수 없었다. 들어왔다면 내가 여기서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없었을 테니까. 아침이 되어서 잠금장치를 확인했을 때, 우리가 깜빡하고 안 잠근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는 소리는 들었다. 우리 위의 방, 내 침실에서 그들이 내는 발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들은 매우 천천히 걸었고, 모든 삐걱대는 나무 바닥을 밟으며 걸었다. 아마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들이 거기 있는 걸 우리가 알길 바라며.
아버지는 일어나 거실문을 잠글 정도로 용감했지만 다시 돌아와 우리는 모두 껴안고 할 수 있는 한 조용히 울었다.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온 그들은 문 앞에 서더니 문을 긁기 시작했다. 짐승 같지는 않았다. 발톱으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들은 아주 가볍게 긁어댔다.
"드르르르르르륵,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문 밑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몇 시간은 나무를 긁어대며 거기 있었던 것 같았다. 아침이 됐을 땐 울음을 너무 오래 참느라 목이 상해있었다. 그 밤을 안전하게 보냈는데도 잠을 잘 수 없었다. 부모님께 이사 가자고 빌었다. 문자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했었다. 부모님은 내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저 하룻밤일 뿐이라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들은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환청을 듣는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달 말일이 오기 전에 도망쳤다. 난 15살이었다.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다. 가끔은 그렇게 돌발적으로 행동한 게 후회되기도 한다. 가족도 그립다. 하지만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보내는 것조차 두렵다. 내가 아는 한 "그들"은 오로지 그 마을에만 씌어있다. 혹시 가족들이 이사를 하지 않는 이유가 그곳을 떠날 수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싶어 두렵다. 나도 모르지만, 그들이 날 쫓아 마을 밖으로 퍼질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진 않다. 난 혹시나 싶어 모든 문과 창문을 닫는다. 이제는 매일 밤마다. 여자 친구도 생겼다. 그녀는 내가 그저 강박증 환자라 생각하고 너그러이 이 행동을 용서해준다. 게다가 해가 진 뒤 나갈 수 없는 공포도 극복하게 도와준다, 썩 성공할 것 같진 않지만. 아마 날 치료하는 데 지쳐서 떠나겠지.
가끔은 궁금해진다. 이런 삶이, 그곳을 벗어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었나.
"그들"이 잠긴 문을 뚫고 들어오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아주아주 가끔, 하지만 여전히 매우 흔하게 누군가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잠금장치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는 남편. 셔터를 끝까지 내리지 않은 아내. 호기심에 차 그저 잠깐 문을 여는 꼬마... 그리고 아침이 되면 마을에서 가족 하나가 비는 것이다. 아무도 사라진 가족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처럼. 그 가족들 역시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대한다. 집은 팔리고 새 주인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게 모든 틈새를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말일은 찾아온다.
내가 맞이했던 마지막 말일의 밤에 일어난 일로 추측건대, 그런 보안 조치는 어차피 다 필요 없는 것이다. 그들은 원할 때면 언제나 들어올 수 있다. 그들이 뭔지도, 희생자들을 지옥으로 끌고 가는지, 혹은 먹는지, 아니면 아주 찢어발겨버리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마을과의 관계도 모른다. 내가 아는 건, 그들이 날 보고 싶어 한다면 잠긴 문으론 막을 수 없단 것이다.
하지만 난 잠근다. 만일에 대비해.
원문 : 레딧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6o4nbj/my_hometown_had_very_strict_security_measures/ )
번역 : 개드립 - 참다랑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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