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그는 가끔 늦은 저녁에 전화를 걸고는
내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야 뭐 먹고 싶어? 치킨 사갈까?"
한껏 톤이 올라간 그의 목소리에서 치킨이란 단어가 들려올 때면
신난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양념치킨을 외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1시간가량이 지나고 누군가 계단 오르는 소리가 없어질 무렵
익숙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치킨 사 왔다, 얘들아"
술 냄새가 진하게 풍기던 그는 얼굴이 뻘게진 채로
우리 형제에게 자랑스럽게 치킨을 건넸고
그럴 때면 우리는 허겁지겁 포장을 뜯고 치킨을 뜯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가 오늘처럼 기분이 좋아서 치킨 상자를 매일 들고 오기를.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흐르고 흘러서
나도 그처럼 직장인이 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니까
"얘들아, 치킨 먹을래?"라고 했던 그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때 아버지가 술에 취한 채 치킨 상자를 들고 온 이유는
그날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날이 유독 고되고 힘들었기 때문이었음을..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작은 선물에 뛸 듯이 기뻐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며
지친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싶었기 때문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됐다.
출처 : 아경티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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