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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굶어 죽어가는 개를 전시한 예술가

전시회 개
Eres lo que lees

 

병든 유기견을 데려다가 전시회장 한구석에 묶어 놓고, 죽을 때까지 물과 먹이를 주지 않고 닿을 수 없는 곳에 사료로 메시지를 적어 놓은 코스타리카 예술가가 있다.

 

"Eres lo que lees (당신이 읽은 것이 당신이다.)"

 

니카라과 출신의 가난한 부랑자가 자동차 수리점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개 두 마리에게 물려 죽었다. 개에게 물어뜯겨 죽기 전까지 아무도 이 부랑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작업은 이 사람에 대한 한정물이라고 한다.

 

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는 유기견에게는 관심 없는 사람들이 깨끗한 전시회장의 개를 보고서는 관심과 동정을 던지는 이 위선을 말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작품에 손을 댈 수 없고,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다는, 통상적인 '갤러리에서의 매너' 때문인지 누구도 개를 풀어주거나 먹이를 주지 않았고 개는 전시회 다음날 죽었다.

 

작가는 2008년 중앙아메리카 비엔날레에서 다시 같은 전시를 열 계획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작업에 대한 설명 없이 이미지만 게재한 채 서명운동을 펼치는 블로거들에게 자극을 받아 부랴부랴 보이콧 사이트에 가서 서명을 했지만 과연 예술의 기준은 무엇인가,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개는 그날 가장 살아 있었다.'라는 예술가의 말이 뜻하는 바를 이해할 수도 있고, 아니면 길고양이를 가지고 놀다가 돌로 때려죽이는 요즘 초딩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Guillermo Vargas 기예르모 바르가스

 

그 이후의 이야기..

이건 아직 그가 표현하려고 하는 예술의 준비단계일 뿐이라고 선언했다. "굶어 죽은 개"만으로도 비인간적인데, 그것이 준비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발언까지 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를 비난했다.

예술가의 블로그가 테러 당하고, 예술가의 집에도 반대하는 무리가 찾아갔다. 이런 상황이 언론에 계속 노출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예술가는 새로운 발표를 했다.

 

"다음 전시회부터는 보건소에서 도살당할 개를 사용하겠습니다. 돕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데려가세요."

 

머리에 끈을 두르고 어깨 끈을 두른 시위 집단, TV로 소식을 듣고 재밌겠다 싶어서 생전 처음 미술관에 구경나온 일반인, 그리고 그런 광경을 우스꽝스럽게 찍으러 온 기자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자, 미술관은 평소보다 빨리 문을 열었다.

 

미술관 문이 열리자마자 모두들 빠른 걸음으로 "굶어 죽은 개" 앞으로 모였다.

 

지난번처럼 움직일 힘이 전혀 없어 보이는 개가 기운 없이 엎드려 있었지만, 거기에 세워진 팻말은 지난번과 달랐다.

 

"돕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데려가세요."

 

 

전시회에 모인 모두가 조용히 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안에서 예술가가 나오더니, 개 목줄을 팻말에서 풀어 노부인에게 주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줄을 받은 노부인이 몸을 숙여 "이제 괜찮아."라며 개를 쓰다듬자, 다들 박수를 쳤다. 그런데 예술가가 다시 나오더니 다른 개를 팻말에 묶었다. 다들 이게 대체 뭐 하는 거냐고 따졌지만 예술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은 열 마리 데려왔으니까 이제 아홉 마리 남았어요."라고 대답했다.

 

어이없긴 했지만, 변함없이 손을 드는 사람이 차례차례 나타났다. "내가 맡을게.", "아냐, 내가 데려갈 거야." 모두들 앞다투어 손을 들었다.

 

예술가는 개를 다 나눠주고 전시회를 마쳤다.

 

매스컴은 그 모습을 몇 번이나 방영했고 전 국민이 감동했다.

 

예술가는 그 후로도 열정적으로 전시회를 열었지만 "굶어 죽은 개"는 완성되지 않았다. 관람객들이 예술가가 준비한 개를 모두 데려갔기 때문이다. 개를 더 많이 준비해도 개를 데려가는 사람은 계속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소문이 돌았다. 그 예술가는 도살당할 개들을 구하려고 이런 전시회를 시작했지 않을까 하는.

 

얼마 후 예술가는 전시회를 그만두었다. 전시회가 한창 유명해졌을 때라서 모두가 의아했다.

 

어떤 기자가 물었다.

 

"도살당할 개를 구하려고 이런 전시회를 한다는 소문이 돕니다만, 이게 사실입니까?"

 

"아닙니다. 만약 그게 목적이라면 전시회를 왜 그만두겠습니까?"

 

지당한 이야기였다.

 

"그럼 무엇을 위해 전시회를 열었고, 왜 그만두었습니까?"

 

예술가는 대답했다. 

 

"그건 지금부터 알게 될 겁니다. 이제 준비가 끝났으니까 전시회를 그만두었습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일어날 사건을 기대해 주세요." 

 

수수께끼에 쌓인 발언은 일시적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그 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곧바로 잊혀졌다. 그리고 몇 개월 후,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의 공원에 야위고 쇠약해진 개가 차례로 전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돕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데려가세요."라는 팻말과 함께.

 

개를 데려갔던 사람들 중에는 유행을 따르거나 착한 척하고 싶어서 손을 든 사람이 많았고, 몇 개월이 지나자 개를 기르기 싫어진 것이다. 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떠오른 건 예술가가 썼던 그 방법.

 

직접 버리거나 보건소에 데리고 가는 것보다 마음이 편했다. 나쁜 건 도와준 내가 아니라, 돕지 않고 그냥 보고 있던 녀석이라구.

 

이렇게 해서 "굶어 죽은 개"가 완성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P.S. 

Guillermo Vargas(기예르모 바르가스)라는 예술가가 2007년 Codice Gallery(코시체 갤러리)에서 전시했다고 합니다. 이후에 큰 이슈가 되어서 2백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그를 비판하는 서명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예르모 바르가스는 이 작품을 위해 유기견 센터에서 하루 동안 개를 빌렸고, 전시를 위해 3시간 동안만 굶주렸다고 하네요. 실제로 죽은 개는 없다고 합니다.

 

 

출처 : 비사리 카페 - 윤호근님 ( http://cafe.daum.net/bisari/E0JZ/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