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겪은 정말 무서운 일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 당시 나는 초등학생으로, 여동생, 언니, 어머니와 함께 작은 맨션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 언제나 작은 다다미 방에서 가족이 모두 함께 베개를 죽 늘어놓고 자고 있었습니다.
어느 밤 어머니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어머니에게 부탁받아 내가 집 안의 불을 끄게 되었습니다. 화장실과 거실의 불을 끄고, 텔레비전의 코드도 뽑은 후, 다다미 방으로 가서 어머니에게 집 안의 전기를 모두 껐다고 말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옆에는 이미 여동생이 자고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빨리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그때 나는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잠시 동안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조용한 방에서 "쾅, 쾅"하는 이상한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습니다.
나는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두운 방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쾅, 쾅"
잠시 뒤 아까와 같은 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아무래도 거실 쪽에서 나는 것 같았습니다. 옆에 있던 언니가 "지금 들었니?"라고 물어왔습니다. 나만 들은 것이나 잘못 들은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한 번 더 방을 둘러보았지만 여동생과 어머니가 자고 있을 뿐,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확실히 금속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로, 그것도 상당히 가까이에서 들렸습니다. 언니도 아까의 소리가 마음에 걸리는지 "거실에 가볼게."라고 말했습니다. 나도 언니와 함께 침실에서 나가 어두운 거실로 갔습니다. 그리고 부엌 쪽에서 살짝 거실을 보았습니다. 거기에서 우리들은 보아버린 것입니다.
거실의 중앙에 있는 테이블.
언제나 우리들이 식사를 하거나 둘러앉아 단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곳.
그 테이블 위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입니다.
이쪽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허리 부근까지 길게 자라있는 머리카락, 호리호리한 체격, 입고 있는 흰 기모노를 보아 여자라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소름이 끼쳐 언니 쪽을 보았습니다. 언니는 나의 시선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여자만을 열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어두운 거실에서 등을 곧게 편 채 테이블 위에서 정좌를 하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무서운 나머지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를 내면 무서운 일이 생길 것 같아 겨우겨우 참았습니다. 그 여자는 이쪽을 뒤돌아볼 기색도 없이 단지 정좌를 하며 우리들에게 그 흰 등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마침내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어 "으아악!!!"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침실로 뛰어들었습니다. 어머니를 억지로 깨우고 "거실에 사람이 있어!"라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밤중에 그럴 수 있니?"
투덜거리는 어머니를 데리고 거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거실의 불을 켜보니 언니가 테이블 옆에 서 있었습니다. 아까 그 여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테이블 위도 깨끗이 정리되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있었던 언니의 눈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지금도 확실하게 그때 언니의 표정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와 다르게 언니는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테이블 위만을 가만히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머니가 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 "저기에 여자가 있었어요."라고만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테이블을 보고 있었습니다. "빨리 자거라."라고 말하셔서 우리 세 사람은 침실로 되돌아왔습니다.
나는 이부자리 안에서 생각했습니다. 그 여자를 보고 소리치고 침실에 가서 어머니를 일으켜 거실에 데리고 온 잠시 동안 언니는 거실에서 쭉 그 여자를 보고 있던 것일까? 언니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습니다. 무언가 무서운 것을 본 걸까? 그리고 다음 날 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언니, 어젯밤에 말이야..."
그렇게 물어도 언니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침묵할 뿐.
나는 끈질기게 질문했습니다.
그러나 언니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네가 큰 소리로 소리쳤기 때문에..."
그 이후 언니는 나에 대한 애정이 식었습니다. 말을 걸면 언제나 밝게 대답해 주었는데, 무시해버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일은 다시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때 내가 외친 소리로 저 여자는 언니 쪽을 돌아본 것 같습니다. 언니는 여자와 눈이 마주쳐 버린 거겠죠. 분명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무서운 것을 보아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차 그런 것도 잊어 갔습니다.
중학생이 되어 고등학교 입시를 눈앞에 두게 된 나는 매일 내 방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언니는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해 기숙사에 들어가 집으로 오는 일은 좀처럼 없었습니다.
어느 밤늦도록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문 쪽으로부터 노크와는 다른, 무언가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쾅, 쾅"
상당히 희미한 소리였습니다.
금속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한 나는 전신에 바짝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 소리는 분명 어릴 때의 그것이다...
"쾅, 쾅"
또 울렸습니다.
문의 반대편에서 아까와 똑같은 금속 소리.
나는 무서운 것을 참을 수 없게 되어 여동생 방 쪽의 벽을 치면서 "어서 일어나!"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여동생은 이미 자고 있는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최근 계속 일찍 잠자리에 들고 계셨습니다. 즉 집 안에서 이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나뿐... 혼자서 어딘가에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소리가.
"쾅, 쾅"
나는 결국 그 소리가 어디에서 울리는 것인지를 알았습니다. 살짝 방문을 열어보니, 어두운 복도의 저쪽에 있는 거실.. 거기에는 커튼 사이로 새는 창백한 빛으로 어렴풋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부엌 쪽에서 거실을 바라보니 테이블 위에는 그 여자가 있었습니다.
어릴 때 언니와 함께 보았던 기억이 급속히 되살아났습니다.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여자는 흰 기모노를 입고 등을 곧게 편 채 테이블 가운데에서 정좌하고 그 뒷모습만을 내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쾅, 쾅"
이번에는 확실하게 그 여자에게서 들렸습니다. 그때 나는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뭐라고 외쳤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또다시 목소리를 내 버린 것입니다. 그러자 여자는 나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여자의 얼굴과 마주한 순간 나는 이미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 여자의 양 눈에는 정확히 눈 구멍만 한 대못이 박혀 있었습니다. 잘 보면 양손에는 망치 같은 것을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입은 씩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도... 당신들 가족도 이제 끝이에요. 후후후..."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나는 내 방 침대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제 무슨 일이 있는지를 떠올리고 어머니에게 거실에서 자던 나를 방으로 옮긴 것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무슨 소리니?"라고 반문할 뿐이었습니다. 여동생에게도 물어봤지만 "에? 언니 꿈꾼 거 아니야?"라고 웃음을 살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방 벽을 두드렸을 때, 여동생은 이미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나는 확실히 거실에서 그것을 보고 거기에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누군가가 거실에 쓰러져있는 나를 보고 침대로 날랐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려 해도 머리가 몽롱할 뿐이었습니다. 단지 마지막에 그 비웃으며 내게 던진 말만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나와 가족은 이제 끝이라는.
이변은 그날 중에 일어났습니다.
내가 저녁 무렵 학교에서 돌아와 현관 문을 열었을 때입니다. 언제나라면 거실에는 어머니가 있고 부엌에서 저녁 식사를 만들고 있었을 텐데, 거실은 어두웠습니다.
불이 켜있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어디 있어요?"
나는 현관에서 그렇게 물었습니다만, 집 안은 조용할 뿐이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집 문이 열려있는데도... 가까운 곳에 쇼핑이라도 간 것일까? 만사에 태평한 어머니기 때문에 가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투덜거리며 구두를 벗고 집에 들어가려던 그 순간.
"쾅, 쾅"
거실 쪽에서 그 소리가 났습니다.
나는 전신의 피가 단숨에 얼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 년 전, 그리고 어젯밤과 똑같은 저 소리.
안 된다.
더 이상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된다.
본능이 공포에 미쳐 이성을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문을 난폭하게 열고 정신없이 맨션의 계단을 뛰어 내려갔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어머니는 어디에 있지? 여동생은? 가족을 생각하며 그 소리를 어떻게든 잊으려 했습니다. 더 이상 그것을 생각하면 완전히 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완전히 어두워진 골목길을 달리고 달린 끝에 나는 가까운 슈퍼에 도착했습니다.
"어머니, 제발 여기에 있어 주세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시간대가 시간대이다 보니 가게 안에 사람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나 같은 중학생 정도의 사람도 있었고, 주부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지극히 평범한 광경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안정되어 조금 전에 집에서 있던 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거실, 열려 있던 집의 문, 그리고 그 금속 소리.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 이외에는.
내가 현관에서 어머니를 불렀을 때 느꼈던 집의 이상한 조용함.
그 상태라면 누군가 있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만약 아니라면?
나는 현관까지밖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집 안을 모두 둘러보지는 않았다. 단지 불이 꺼져 있었을 뿐이다. 어쩌면 어머니는 어딘가의 방에서 자고 있어서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뿐인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확인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집에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슈퍼 앞에 있는 공중전화에서 돈을 넣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신중히 번호를 눌렀습니다. 수화기를 잡은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전화벨 소리가 머릿속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집니다.
"탈칵"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는 숨을 들이켰습니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릅니다.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그 목소리는 어머니였습니다.
그 온화한 목소리를 듣고 나는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 잠시라도 안심했던 나는 정말 어리석었습니다.
"여보세요, 어머니?"
"어머, 어떻게 된 거니. 오늘은 상당히 늦네? 무슨 일이라도 있니?"
나의 손은 다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손만이 아니라 온몸이 떨려왔습니다.
무언가가 매우 이상했습니다.
아무리 냉정함을 잃고 있던 나라도 이것은 확실하게 알아차렸습니다.
"왜... 어머니지..."
"응? 왜라니, 무슨 말이니? 괜찮니?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니?"
어머니가 지금 이렇게 전화를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거실에만 전화기가 있었습니다. 아까 거실에 있던 것은 어머니가 아니라 그 여자였습니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 사람은 침착하게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일까요. 거기다 "오늘은 상당히 늦네?"라니, 마치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집에 있었던 것 같은 말투.
나는 전화 저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의 정체를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싹 마른 입술을 어떻게든 움직여 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야?"
"응? 누구라니..."
조금의 간격을 두고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너의 어머니야. 후후후."
글 출처 :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 http://vkepitaph.tistory.com/65 )
이미지 출처 : 슬락 ( http://blog.naver.com/rebirthsla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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