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2022. 1. 29.
아버지가 갑자기 치킨을 사 온 이유
내가 어렸을 때, 그는 가끔 늦은 저녁에 전화를 걸고는 내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야 뭐 먹고 싶어? 치킨 사갈까?" 한껏 톤이 올라간 그의 목소리에서 치킨이란 단어가 들려올 때면 신난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양념치킨을 외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1시간가량이 지나고 누군가 계단 오르는 소리가 없어질 무렵 익숙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치킨 사 왔다, 얘들아" 술 냄새가 진하게 풍기던 그는 얼굴이 뻘게진 채로 우리 형제에게 자랑스럽게 치킨을 건넸고 그럴 때면 우리는 허겁지겁 포장을 뜯고 치킨을 뜯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가 오늘처럼 기분이 좋아서 치킨 상자를 매일 들고 오기를.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흐르고 흘러서 나도 그처럼 직장인이 되고 두 아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