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괴담/괴담

할머니의 충고

초등학교 때의 얘긴데. 
되게 친한 친구가 있었거든, 초등학교 당시에. 
지금은 정신병원에 있지만. 그 아이의 얘기를 해 주려고 해. 

그러니깐 초등학교 여름 때였거든. 그때 당시 롤라장이 되게 유행이었어. 놀기를 좋아했던 친구와 나는 오후에 만나서 롤라장을 가기로 했었지. 

그런데 약속 시간이 지나도 친구가 나오지 않는 거야. 여름이고 더워 죽겠고, 핸드폰도 없을 때였으니깐, 답답하고 짜증 나 죽겠는 거야. 그래서 온갖 짜증을 내면서 걔네 집으로 갔거든? 근데 이 새X가 방구석에서 처박혀 자고 있는 거야.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고. 그래서 발로 걷어차면서 깨웠어.

 

"아 씨X, 니 미친 나. 처자고 있노."

 

온갖 욕을 하면서 깨웠거든. 그러니깐 부스스 눈을 뜨면서 깨더군. 근데 얘가 좀 이상한 거야. 식은땀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눈도 풀린 채로 잠에서 깬 것과는 다른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거야.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거든.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지가 꾼 꿈 얘기를 해주더군. 

내 친구가 꿈 얘기를 자주 해줬거든. 오래전부터 꾸던 꿈인데, 되게 착한 할머니가 나온대, 꿈에 자꾸. 그 할머니는 언제나 밥상을 거하게 차려놓고 친구가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해 줬다는 거야. 그 할머니 인상이 어찌나 좋은지 꿈에서지만 할머니와 많은 얘기도 하고 그랬다더군. 그리고 그 꿈을 꾸면 실제로 밥을 먹은 것처럼 배가 불렀다고 해. 

그날도 그 할머니가 꿈에 나왔대. 그래서 밥을 한상 거하게 먹고 있는데, 그 할머니가 갑자기 "어디 좀 같이 가자."라고 했대. 그냥 생각 없이 따라가려고 했는데, 그날 아침에 친구 친할머니가 해준 얘기가 생각이 났대. 그 친구는 할머니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신기가 좀 있었거든. 오늘 등굣길에 할머니가 "오늘 누구 따라 가면 절대 안 된데이. 진짜 안 된다."라고 당부를 하셨다는 거야. 그냥 웃으면서 넘겼는데, 문득 그 생각이 딱 들더래. 그래서 그 꿈에 나온 할머니한테 "안 갈래요.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이제 가야 돼요."라고 했거든. 근데 그 할머니 얼굴이 순식간에 진짜 무섭게 변하더래. 그 할머니가 내 친구 목덜미를 잡고 계속 어디론가 끌고 가더래. 그 힘이 얼마나 센지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도저히 도망쳐 나올 수가 없었대. 정말 무서워 죽는 줄 알았대.

 

 

그때 문득 자기 친할머니가 해준 얘기가 생각이 났대. 

"만약에 꿈에서 어데 끌리 가면은 당황하지 말고 벽이나 기둥 같은데 머리를 세게 처박으면 꿈에서 깬데이. 아랐제?" 

그 말을 생각하자마자 막 끌려가는데 나무가 보이더래. 그래서 거기에 머리를 박으려고 머리를 딱 들이미는 순간, 갑자기 그 할머니가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면서 "니 이거 누가 가르쳐줬노? 느그 할매가 가르쳐주더나?"라며 빙그레 웃더래. 

결국 꿈에서 못 벗어나고 계속 끌려갔대. 

산 같은 델 막 지나니깐 정말 끝이 안 보이는 커다란 문이 나오더래. 그 문을 통과하니깐 강 같은 게 나왔대. 노 저어서 가는 배 있지? 그 배에 막 던지다시피 해서 태우더라는군. 친구는 계속 울면서 왜 그러냐고 보내달라고 정말 쉴 새 없이 빌었대. 할머니는 계속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노를 저어서 강을 건너고 있었대. 친구 눈에 문득 그 할머니의 지팡이가 보이더래. 그래서 그 지팡이에 죽을힘을 다해 머리를 박았지. 그리곤 꿈에서 깼다고 하더군.

 

듣고 있는데 소름 끼치고 무섭고 죽겠더라. 그래서 놀 흥도 사라져서 그냥 집으로 왔지. 근데 그날 이후가 문제야. 

친구가 학교도 안 나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거야. 그래서 한 달 동안 나도 찝찝해서 안 만나고 걱정은 됐지만 집으로 찾아가지도 않았거든. 

그러던 어느 날 한 두 달 쯤인가 지났을 때, 그 친구가 자기 집으로 놀러 오라고 하더라고. 난 미안한 마음에 간다고 했는데, 친구가 실실 웃으면서 집에 데리고 가는 거야. 정말 미친 것마냥. 실실 웃으면서. 그리고 친구 집에 갔더니 걔가 실실 웃으면서 "우리 할머니 봐라.. 미칬다."라며 미친 듯이 웃는 거야. 

할머니 방을 무의식적으로 봤지. 

1평 남짓한 방에 빛 한 줄 들어오지 않는 암흑 속에서 친구 할머니는 계속 허공을 보며 빌고 있는 거야. 

정말 공포스러운 얼굴로.. 

"내가 가르쳐준 거 아이다. 증말 아이다! 잘못했데이. 내가 잘못했데이."라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면서. 

그리고 할머니는 얼마 안돼 돌아가셨고, 친구는 그 충격으로 병원에 있어. 아직도.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꿈에서 그 친구가 먹은 밥은 제삿밥이었을지도.. 

 

 

출처 : 인스티즈

'괴담 >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아리 동방 이야기  (0) 2022.01.26
윗집 아주머니  (0) 2022.01.25
야간 편의점  (0) 2022.01.22
아궁이 물귀신  (0) 2022.01.22
동전 튕기기  (0) 2022.01.19
고속도로 졸음 쉼터  (0) 2022.01.18
고액 알바  (0) 2022.01.18
오유 방화사건  (0) 202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