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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교양

어떻게 살 것인가 中 - 유시민

유시민 작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이며 권리이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을 가져다 쓰자.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사람마다 인생을 다르게 산다. 평생 공부하는 사람,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 돈을 버는 데 골몰하는 사람, 일만 하는 사람, 권력을 좇는 사람, 신을 섬기는 사람 등 백 사람이 있으면 백 가지의 삶이 있다. 어느 것이 더 훌륭한지 가늠하는 객관적 기준은 없다.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한 것이라면 어떤 삶이든 훌륭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자유의지로 만들어낸 삶이 아니면 훌륭할 수 없다.

일은 누구나 한다.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돈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먹고살고, 아이들을 키우고, 부모님을 잘 모시고, 노후 대비를 하고,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재미있게 노는 게 목적이다. 그렇게 하려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만약 돈벌이가 되는 그 일이 즐겁기까지 하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프로'라고 한다. 그 일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교사, 공무원, 회사원, 엔지니어, 요리사, 헤어 디자이너, 물리치료사 피겨 스케이팅 선수, 가수, 건축가, 화가, 소설가 의사, 세일즈맨, 골프 선수 등 무슨 직업이든 좋아서 그 일을 하면 그 사람이 바로 프로다. '진정한 프로'가 되는 것, 이것이 삶의 행복과 인생의 성공을 절반 결정한다.

인생에서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소신껏 인생을 사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산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성공이라고 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포기하고 산다면, 그 인생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없다.

상처받지 않은 삶은 없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그렇게 자신의 인격적 존엄과 인생의 품격을 지켜나가려고 분투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위로를 받아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며 타인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죽음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기치 못한 사고나 급성 질병에 걸려 갑자기 죽는 불운이 자신을 덮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은 알지만 아직은 살날이 무한정 남아 있는 것만 같다. 사실 청년들에게 시간은 아직 '희소한 자원'이 아니다. 조금쯤은 낭비해도 괜찮다. 방황과 시행착오를 겪어도 될 만큼의 여유가 있다. 이것을 가리켜 '청춘의 특권'이라고 한다.

죽음은 단순히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소설도, 영화도, 연극도 모두 마지막이 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이 길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 큰 가치가 있다. 아직 젊은 사람일수록 더 깊이 있게 죽음의 의미를 사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폐 끼치지 말고 살자' 이것이 내 좌우명이다. 남들에게, 사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살려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착한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본은 '쓸모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밥만 먹고살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하든 밥을 먹기는 먹어야 한다. 밥을 먹으려면 어디엔가 쓸모가 있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분업 사회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스스로 밥벌이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계를 타인의 자비심에 의존하면 존엄한 삶을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강연을 할 때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평생 해도 즐거울 것 같은 일을 찾는 것이다. 사회의 평판이나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자유의지를 버리면 삶의 존엄성도 잃어버린다. 스스로 설계한 삶이 아니면 행복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자기에게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 일을 적어도 남들만큼은 잘할 준비를 하라. 자격증이 필요하면 기능을 익혀 자격증을 따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과 소통을 잘해야 하니 스스로 글쓰기 훈련을 하라. 중요한 정보의 대부분이 영어로 유통되는 게 현실인 만큼 영어로 듣고 말하는 능력을 충분히 기르는 것이 좋다. 중국어나 스페인어처럼 사용 인구가 많은 언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는 것도 바람직하다. 열정을 쏟고 싶은 일을 찾은 사람이라면 그 일을 잘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 역시 즐거울 것이다. 아무런 목표도 세우지 않고 그저 막연히 스펙만 쌓으려고 한다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한다. 청년들이 꼭 그렇게 하면 좋겠다.

유년기의 양육 방식도 매우 중요하다. 살아가는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배우는   이전에는 말할 나위도 없으며,  이후에도 아이의 뇌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은 아주 강력하다. 좋은 양육은 가훈이나 규칙을 정해두고 예의범절을 익히게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를 사랑해주고 부모 스스로 좋은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양육의 핵심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의도적으로 가르치고 보여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그치는 것이 아니라,  너머에 있는 것까지 느끼고 이해한다. 부모의 꿈, 정서, 가치관, 감정, 부모가 외부 환경의 자극에 대응하는 방식,  모든 것이 아이의 뇌에 영향을 준다.

 

 

발췌자 : 리토스 홀릭 - Reality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