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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괴담

무당 귀신 2편 (完)

다시 내 숨이 가빠졌다.

 

이번에 눌리는 가위는 물론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지만 좀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분명 눈을 감고 있는데, 앞이 보인다는 것, 그리고 투시가 되어서 문밖이랑 집 안에, 집 밖에 뭐가 있는지까지 다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유체이탈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집의 구조와 안방, 누나 방까지 다 보였다. 그리고 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 

 

방울소리가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대서 자꾸만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밖에서부터 방울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은 아파트 5층인데 복도 쪽에서 방울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점점 우리 집 쪽으로 다가왔다. 집 문 앞에서, 집 안에서, 거실에서, 방울소리가 들렸고, 거실을 쳐다보니 그 무당이 서있었다. 무당은 곧바로 내 방으로 다가왔고, 무당이 걸을 때마다 방울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마음속으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만을 외치고 있었는데, 무당은 내 말을 못 듣는 것인지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국 내 방 안으로 들어와버렸다.

 

무당이 자고 있던 내 옆에 서있다.

그리고 또 시작됐다. 

굿이.. 

 

"$%#$&&^#&$*@$%#$&&^#&$"

 

무당은 입으로는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제자리에서 뛰어댔고, 나는 그럴수록 숨도 쉬기 힘들어지고 머리도 어지럽고 미칠 것 같은 지경이었다. 그렇게 30초 정도를 혼잣말로 흥얼거리며 굿을 하다가 무당은 내 침대 위로 올라왔다. 정확히는 내 배 위로 올라왔고, 내 배를 밟았다. 그리고 뛰었다. 내 배 위에서..

 

누가 자고 있는데 내 배 위에서 뛰는 것은 정말 빡치는 일이다. 그것도 하필 내 몸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정신은 깨어있고, 뛰는 대상까지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무당이 뛰면 뛸수록 배가 아플 줄 알았는데, 오히려 머리가 아파왔다. 정말 터질 듯이 아팠다. 숨도 더 쉬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결국 나는 어제처럼 기절해버렸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도 머리가 계속 아파왔다. 엄마한테 일어나자마자 전날 밤의 얘기를 해주었고, 엄마는 그제야 좀 믿는 듯하였다. 머리에 열도 많이 나서 우선은 병원 먼저 갔다. 병원에는 감기로 인한 고열이라고 판단해서 해열제를 먹고, 링거를 맞았다. 한 3시간 정도 맞았나 해열제랑 링거 덕분인지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퇴원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다시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방금 나왔는데, 다시 병원에 가서 링거를 또 맞기에는 좀 오바인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내가 봐도 단순 감기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집에 가니 엄마가 있었고, 엄마랑 나는 결국 무당 집에 가기로 했다. 천음보살인가, 관음보살인가, 아무튼 집에서 버스 타고 두 정류장 정도에 위치한 곳에 갔다.

 

"예끼-! 썩어 문드러질 놈아!"

 

무당이 날 보자마자 바로 욕을 박아댔다. 평소 같았으면 나도 덩달아 빡쳐서 욕을 박았겠지만 그 당시에는 몸이 너무 아파서 그냥 짜증만 났다. 대충 무당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들 (사건의 전말, 장례식, 무덤, 무당, 가위눌린 이야기 등)을 했고, 무당한테 무당 귀신 이야기를 하니까 화난 표정이었다가 무당의 얼굴이 바로 굳어져 버렸다. 반말만 썼었던 그 무당이 갑자기 우리 엄마한테 존댓말을 쓰면서 "죄송하지만, 이건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무당의 말은 대충 이랬다. (아파서 잘 들리지도 않았다.) 

무당끼리도 각자 모시는 신들이 있는데, 자기가 모시는 신은 무당 귀신을 잡을 정도의 힘을 가진 신이 아니라서 내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갑자기 다른 방에서 뭔가를 가져왔는데, 명함이었다. 다른 무당의 명함을 주었다. 이쪽으로 가라고..

 

근데 그 무당이 준 명함의 주인이 내 친구 엄마의 명함이다. (여기서 부가 설명하자면 내 친구 중에 엄마가 무당인 애가 있는데, 걔네 엄마가 꽤나 유명하다.) 우리 엄마는 친구 엄마한테 폐를 너무 끼치는 것 같다고 잘 찾아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계속 고민을 했다.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가고 있는데, 마침 나한테 전화가 왔다.

내 친구였다.

 

"야, 우리 엄마가 너네 엄마 좀 바꿔 달래."

 

 

어떻게 친구 엄마가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화번호가 없어서 친구 핸드폰으로 나한테 전화를 건 것이었다. 우리 엄마와 친구 엄마(무당)가 통화를 했고, 내용은 부담 없이 얼마든지 와도 된다는 것과 지금 아들(나)의 상태를 봐야 될 것 같으니 친구 엄마가 직접 우리 집으로 오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집에 돌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친구랑 친구 엄마가 같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옷차림도 뭐 무당 차림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동네 어머니들 옷차림이었다. 그러고는 나를 보더니 "네가 진짜 손님이었으면 뺨이라도 한 대 쳤을 텐데.." 이러셨다. (진짜 이렇게 말했다.)

 

친구 엄마가 하는 말은 내 상태가 심각한데, 귀신 중에서도 무당 귀신 정도면 꽤나 상위 클래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굿을 하거나 좀 오랫동안 퇴마를 해야 되는데, 그럴 바에는 훨씬 싸고 좋은 방법이 있다고 했다. 바로 절에 가는 것. 집 앞에 남한산성이 있는데, 거기 산 중간쯤에 '청운사'라고 있다. 그 청운사에 가서 주지스님한테 전화해 줄 테니 찾아가라고 하셨다. 

 

몸도 아파죽겠는데, 산을 오르라니 진짜 지옥같이 힘들었다. 엄마랑 나는 청운사에 갔고, 절 입구에서 한 스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스님이 안내하는 방 안으로 들어갔고, 그 방 안에는 무슨 이상한 도깨비들이랑 동자스님들이랑 큰 부처님들의 동상들이 가득했다. 그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머리가 조이는 듯이 아파왔고, 너무 아파서 입에서 신음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스님은 내 앞에서 향을 피우더니, 염주를 만지시면서 불경 같은 것을 외웠다. 향냄새 때문인지, 불경 때문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이 가벼워졌고, 머리에 통증도 가라앉았다. 그러고는 부적 같은 것을 써주고, 절 달력을 주었다. 부적이랑 달력에는 절 고유의 냄새가 아주 진하게 박혀있었는데, 잘 때 이 달력을 내 방 문에 걸어놓고, 부적은 문 말고 문 바로 앞 천장이나 문 위에 공간이 있으면 거기에 붙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고, 산에서 내려올 때는 정말 몸이 가벼워서 다 나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또 가위에 눌렸다. 

 

3일 연속으로 가위에 눌렸지만 이번에는 그리 강력한 가위는 아니었다. 적어도 숨을 가쁘게 쉴 정도는 아니었다.

 

'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

다시 방울소리가 났다.  

다시 투시가 되었다. 

다시 무당 귀신이 다가왔다. 

 

무당 귀신은 집 안으로 들어왔고, 거실로 왔다. 내 방으로 오겠지 싶었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내 방이 아니라 누나 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누나 방 앞에 서서 고개만 방문으로 들이대더니 다시 뺐다. 아마 내가 누나 방에서 자고 있었는지 확인한 것 같다. 이번에는 안방으로 갔고, 안방 앞에서도 똑같이 고개만 방 안으로 들이대더니 다시 뺐다. 그러고는 거실을 혼자 서성이며 돌아다녔다. 귀신이 발을 뗄 때마다 방울소리가 들려왔고, 혼잣말로 뭔가를 중얼중얼 거리면서 돌아다녔다. 그러고는 갑자기 홱-! 하고 내 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귀신이 내 방앞으로 다가왔다. 주머니에서 무슨 부채 같은 것을 꺼내더니, 방문을 노크하듯이 툭툭 쳤다.

 

'쾅-!!'

 

갑자기 녀석이 양손으로 내 방문을 때렸다. 

 

'쾅쾅쾅!!'

 

그러고는 방문을 부술 기세로 쳐댔다. 손으로 발로 계속 쳐댔다. 문에 매달아 놓은 달력 때문에 내 방으로 못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근데 문제는 귀신이 문을 칠 때마다 달력이 흔들려 떨어질 것만 같았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녀석은 정말 계속 방문을 쳐댔고, 결국 문에 매달아 놨던 달력이 떨어졌다.

 

"오 지쟈스ㅠㅠ"

 

진짜 달력이 떨어졌을 때, 내 간도 같이 떨어졌다. 마치 엄청난 악귀의 봉인이 풀린 듯한 느낌이었다.

 

"흐하... 흐하하!! 하하하하하하하!!!!!! 깔깔깔깔깔깔!!!!!"

 

귀신은 문에 달력이 떨어진 것을 알았는지 갑자기 엄청나게 웃어댔다. 문이 열렸다. 귀신이 손잡이를 잡고 돌린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바람에 문 열리듯 열렸다. 그리고 귀신은 화가 더 나있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나를 죽이겠다는 눈빛으로 째려봤다. 

 

"X발것! XXX 놈아!!!"

 

무당 귀신이 나한테 욕을 퍼부어댔다. 그것도 이상한 말투에 무슨 이상한 욕들이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욕들이었는데, 무당 귀신이 굉장히 옛날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무당 귀신이 내 방 안으로 들어와서 욕한 게 아니라, 문 바로 앞에서 나를 째려보며 욕을 한 것이다. 나는 가위에서 깨어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했지만 가위는 풀리지 않았다. 그저 누워서 욕만 계속 들었다.

 

무당 귀신은 한참을 나한테 욕을 퍼부어대더니, 결국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달력은 정말 떨어져 있었고, 문도 열려있었다. 달력을 다시 걸려고 했는데, 문 위에 붙인 부적이 보였다. 아마 귀신이 저 부적 때문에 내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뒤로 무당 귀신은 내게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출처 : 웃긴대학 (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number=75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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